디지털TV, 낮은 포복으로 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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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식 기자]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디지털 TV 가격은 심할 경우 판매 마진과 마케팅 비용만 30%를 넘습니다."

이달부터 백화점.할인점에서 철수한 디지털 TV 전문업체 디지탈디바이스의 이상훈(42.사진) 대표는 중간 마진을 최소화해 소비자가를 낮추겠다고 8일 밝혔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www.digitaldeviceshop.co.kr)을 통해 42인치 PDP TV(HD급 셋톱박스 일체형)를 199만9000원,37인치 LCD TV를 169만9000원에 판매한다. 삼성전자.LG전자의 동급 제품보다 최소한 100만원 이상 싸다. 요란하게 광고한 것도 아닌데 쇼핑몰 개장 후 나흘만에 1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이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후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대우에서 전세계를 누비며 TV를 판 상사맨이었다. "기술자 아닌 장사꾼이지만 TV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96년 이 회사를 세운 뒤 브라운관 TV에서 시작해 평판 TV까지 한 우물만 팠다. 2000년 업계 처음 42인치 셋톱박스 일체형 PDP TV를 개발할 만큼 기술력도 갖췄다. 수출에만 전념해 2004년에는 3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해 내수 시장을 넘봤지만 결국 오프라인 영업은 포기했다.그는 "대기업과 동일하게 경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느끼고 소비자 직거래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중소기업 제품을 못미더워 하는 통념을 극복하려고 판매가의 10~15%를 더 내면 기본 1년인 무상 서비스 기한을 2년으로 늘려주는 옵션도 도입했다.

지난해 매출액 600억원에 영업이익 4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두배인 매출 1200억원이 목표다. 이 대표는 "우리는 첨단 벤처라기 보다 제조업체여서 외형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까지 매출을 1조원으로 늘려 세계 15대 TV 생산업체에 들어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순탄하게 2008년께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하면 자체 브랜드를 키워나갈 계획도 있다. 올해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디지털 TV 시장이 연 60% 이상 늘어날 전망이 있고 국내 한 대기업에 납품을 시작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현지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2007년에는 현재 경기도 안성공장의 다섯배 규모인 대전 테크노밸리 신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다. 슬로바키아에 유럽 제2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이레전자.디보스.현대이미지퀘스트 같은 평판 TV 전문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 같은 TV 전문업체 제품에 대해 "화질이 떨어진다""대기업이 쓰지 않는 B급 패널을 사용한다"는 등의 뒷말이 적잖은 실정이다.

이 대표는 "판넬 외에 회로 기판과 소프트웨어까지 사다가 단순 조립하는 한국이나 대만의 경쟁업체와는 달리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춰 품질을 자신한다"고 반박했다.

글=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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