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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1000만명 무게 롯데월드타워, 국내 건축 기록 다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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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등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요.”

처음엔 36층, 설계 24회 바꿔 123층 #서예·도기 등 한국의 곡선미 반영 #디자인 비용만 3000억원 투입 #진도 9 지진, 초속 80m 강풍 견뎌

지난 2004년 신격호(96)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주간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의 추진 배경이다. 신 총괄회장 늘 이 빌딩의 건립을 ‘남은 여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런 롯데월드타워가 3일 오픈한다. 1987년 부지를 매입한지 30년만이다. 지상 123층(555m)의 국내 최고층, 세계 3위 높이의 건물이다. 3일은 롯데그룹의 한국 사업 모태인 롯데제과가 오픈한지 5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82년 제2롯데월드 사업을 할 법인인 롯데물산을 설립했다. 5년 뒤인 87년 롯데물산은 서울시 보유 부지 8만7770㎡를 10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건설비용이 필요하자 롯데 측에 늪지였던 땅을 매각한 것이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개장 기념 축하 불꽃쇼가 2일 오후 9시부터 11분간 진행됐다. 타워 750여 곳에서 터진 3만여 발의 불꽃이 서울 잠실 일대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행사에 쓰인 화약의 무게는 4톤이 넘으며 화약 가격만 40억원에 달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오늘(3일) 정식 개장한다. [사진 우상조 기자]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개장 기념 축하 불꽃쇼가 2일 오후 9시부터 11분간 진행됐다. 타워 750여 곳에서 터진 3만여 발의 불꽃이 서울 잠실 일대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행사에 쓰인 화약의 무게는4톤이 넘으며 화약 가격만 40억원에 달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오늘(3일) 정식 개장한다. [사진 우상조 기자]

롯데는 90년 12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제2롯데월드 사업계획서를 냈지만 10여년간 반려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 공군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 100층이 넘는 건물을 지으면 인근 군사공항인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에 위협을 가한다는 논리였다.

롯데는 98년 지상 36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터닦기 작업을 했지만 ‘100층 초고층 건물’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오히려 월드타워의 목표 높이를 결국 100층(402m)→112층(555m)→123층(555m)로 올렸다. 20여년 지지부진했던 공사는 결국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2008년 별관격인 롯데월드몰(지상 11층)에 이어 2010년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도 건축허가가 났다. 롯데월드타워의 원뿔 모양 디자인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롯데월드타워의 디자인으로 ‘에펠탑을 본딴 세계 최고층 건물’을 구상했다.

하지만 에펠탑 디자인은 실현되지 않았다. 2006년 2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파리 에펠탑을 그대로 본뜬다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어 심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24회 설계 변경을 거치며 디자인 비용만 3000억원이 들어갔다. 최종 디자인을 만든 미국 초고층 건축설계업체 KPF(Kohn Pedersen Fox)의 제임스 폰 클렘페러 KPF 최고경영자(CEO)는 2009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예나 도기 등에 담긴 한국의 곡선미에 착안했다”고 밝힌바 있다.

◆각종 수치로도 국내 최고 기록=국내 최고층, 세계 3위 높이의 건물 답게 롯데월드타워는 각종 수치로도 국내의 각종 건축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유리창로 둘러싸인 롯데월드타워는 외벽에 있는 유리창만 약 4만2000개, 들어간 철골이 5만t, 콘크리트 22만㎥가 쓰였다. 철골 5만t으로는 에펠탑 7개, 콘크리트 22만㎥로는 105㎡(약 32평) 아파트 3500세대를 지을 수 있다. 총 공사비는 4조2000억원이다.

타워 자체의 무게는 75만t으로, 사람 1000만 명의 무게와 같다. 외부 충격으로는 진도9의 지진, 초속 80m의 강풍을 견딜 수 있다.

글=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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