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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직장보다 수제맥주가 좋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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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5월에 송도를 시작으로 직영점을 4곳으로 늘립니다.” 유수의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촉망받던 컨설턴트가 수제맥주로 스타트업 사업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베인앤컴퍼니 서울 지사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던 김태경(39)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mazing Brewing Company)’ 대표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5월부터 송도 등 직영점 4곳 확대 #“오비맥주·하이트진로와 경쟁할 것”

김태경 대표가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직접 양조한 수제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김태경 대표가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직접 양조한수제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P&G에서 일하다 2010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그곳에서 100여 가지가 넘는 세계 각지의 맥주를 접했다. 그렇게 맥주에 빠지면서 와인의 소믈리에 격인 맥주 자격증 시서론(Cicerone)도 미국에서 따냈다. 맥주가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변한 계기는 2015년 네덜란드 순환근무 때였다. 6개월간 지내면서 주말마다 네덜란드·벨기에·독일 등지의 맥주 양조장을 누비고 다녔다. 귀국 후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에 수제맥주 양조 스타트업을 만들고 작은 매장도 열었다. 김 대표는 “좋은 직장 놔두고 왜 맥주집을 차렸느냐고 물을 때 가장 서운하다”며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이름 그대로 맥주 기업”이라고 말했다.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투자하는 알토스벤처스·본앤젤스가 이례적으로 이 회사에 투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금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과 경쟁하는 것이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4단계 성장 계획을 세웠다. 1단계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 관문은 이미 통과했다. 기존 공간이 좁아 매장의 규모를 키웠다. 인적 드문 성수동 주택가에서 이런 호응을 끌어낸 것은 수제맥주 업계의 드림팀을 구성한 덕이 크다. 한국의 홈브루잉 대회에서 12번이나 우승한 브루마스터 스티븐 박, 독일 베를린 VLB 양조학교를 나온 김관열 팀장 등 업계 유명 인사가 김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2단계는 브랜드 확장이다. 김 대표는 “5월부터 송도를 시작으로 잠실과 성수에 직영점을 연다”며 “브랜드 확장을 위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매달 15t 규모의 수제맥주를 만드는데, 직영점이 4곳이 되면 매월 50t 규모로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직영점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맥주를 만들 계획이다.

3단계는 병맥주와 캔맥주를 대형마트 등에 유통하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전국 150여개 수제맥주 가게에서 팔고 있다. 내년부터는 수제맥주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팔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릴 예정이어서 그때를 대비하고 있다. 이미 3월 중순 강남부터 ‘어메이징 익스프레스’라는 캔맥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지막 단계는 수출이다. 그는 “동양인의 입맛에 맞는 수제맥주를 찾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맥주 대기업을 꿈꾸는 그는 “지금은 30여 명의 임직원 중 내 월급이 가장 적지만 미래가 밝다고 믿기 때문에 억대 연봉을 받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며 웃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 정도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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