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청와대 요구, 터무니 없고 수준이하였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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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과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8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재판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2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인사청탁 관련 전화를 받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청와대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와 차은택씨의 지인들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 회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기업에 임원 채용과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또 차씨가 운영한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대 광고 7건을 몰아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 회장에게 직접 최씨의 이권과 관련있는 사업 제안서 2건을 건네면서 검토해달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건네준 문서에 대해 “너무나 터무니 없고 모든 것이 수준 이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하는 입장에서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관심사안’이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시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증인으로 나온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도 플레이그라운드와 최씨 지인의 업체인 KD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을 때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김 부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부탁한 것이어서 무겁게 와 닿았다”며 “명백한 하자가 없는 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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