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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녹색 에어컨을 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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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최근 기상청에서 자료를 받아보니 서울 남부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13.4도로 남해안 해남의 13.5도와 같은 수준이었다. 기상청이 한강 이북의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한강 이남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옮긴 이후 17년간 관측한 결과다.

겨울에는 남쪽 해남이 따뜻했지만 여름에는 서울이 훨씬 더웠다. 바로 도시 열섬현상 때문이다. 개발로 도시의 숲이 사라진 곳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사람들과 자동차는 더 많은 열을 내뿜는다. 22년 만의 폭염이 나타났던 지난해 여름 서울 시민들은 열대야에 시달려야 했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은 더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대안은 도시공원이다. 계명대 도시학부 엄정희 교수 등 전문가들은 “도시의 녹지공간은 녹색 에어컨”이라고 말한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한 시간 동안 열을 흡수하면서 내는 냉방 효과는 에어컨 6대, 선풍기 800대에 해당한다. 도시의 나무는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해 정신 건강도 지켜준다.

하지만 국내 도시의 녹지 면적은 형편없다. 생활권 주변의 도시 숲 면적을 보면 한국은 1인당 평균 8.3㎡다. 서울은 1인당 녹지 면적이 16.31㎡에 이르지만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있고 생활권 녹지는 4.35㎡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 23㎡나 영국 런던 27㎡, 프랑스 파리 13㎡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9㎡에도 밑돈다.

국내 도시들도 공원을 늘리려 한다. 도시계획을 통해 공원을 조성하기로 정해 놓은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1.7배인 1005㎢지만 실제 도시공원으로 조성한 면적은 40%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도시 계획시설 장기 미집행은 위헌”이란 결정을 내리면서 3년 뒤인 2020년 7월부터는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순차적으로 효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도시공원 구역도 해제된다.

도시공원 조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100조원이 넘는 토지 보상비의 일부를 지원해줄 것과 국유지를 무상으로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앙정부는 민간업체가 공원을 조성하고 수익사업을 하는 민간 공원을 선호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다. 주민 반발을 감안한다면 도시계획에서 해제된 후 다시 공원으로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녹색 에어컨’을 마련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