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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개개인 일상 속 나눔이 자신과 사회 행복지수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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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1월 말까지 진행한 ‘사랑의 온도탑’이 3878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모금액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경제 여건이 어렵고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에도 예년보다 5일이나 일찍 목표금액 3588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개인 기부가 증가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한 국민들의 따뜻함에 감사를 드린다.

낯선 사람 돕기, 자원봉사 활동
한국 기부 순위 세계 중하위권
‘사랑의 온도탑’ 모금 목표 초과

영국의 자선지원재단인 CAF(Charities Aid Foundation)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기부종합지수(World Giving Index)는 140개국 중 75위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낯선 사람 돕기’ ‘금전 기부’ ‘자원봉사 활동’ 세 가지 항목을 종합해 순위를 정한다. 우리나라 순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낯선 사람 돕기 93위, 금전 기부 46위, 자원봉사 활동 80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가 주로 금전 기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눔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나눔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금전 기부뿐 아니라 음식, 생활필수품 등 물품 기부부터 자원봉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노력·재능도 나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야 한다.

소시민의 일상 속 작은 나눔은 저명인사의 거액 기부 못지않게 그 가치가 크다.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식품을 저소득층에게 기부하는 ‘푸드뱅크’를 들 수 있다. 1998년 처음 시작된 이후 2016년 말까지 1조원어치가 넘는 식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그런데 그동안 푸드뱅크로 기부된 식품 중 신선식품의 비중이 낮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식품 기부를 늘려나가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푸드뱅크 이용자에게 쌀·과일·채소류·유제품 같은 양질의 농식품을 좀 더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부터는 음식뿐 아니라 세제·치약·생리대 같은 생활필수품도 나눔 대상에 포함된다. 앞으로 더 많은 이웃이 따뜻한 나눔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봉사 활동도 나눔 문화의 대표 주자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사회공헌 활동 기부은행’을 통하면 나눔을 받는 이들은 물론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면 1시간당 1포인트가 적립된다. 만 40세 이후 적립한 포인트가 100포인트 이상이 되면 봉사자 본인도 만 65세 이후부터 동일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지역에 기부은행이 설치됐다. 올해는 50개 지역으로 추가 확대될 계획이라 더욱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단체활동을 통한 봉사도 활발하다. 취약계층 아동의 진로상담과 학습지도를 맡아 활동하는 퇴직공무원 봉사단, 사회복지시설 벽화를 그려주는 미술재능기부 봉사단, 문맹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지도하는 베이비부머 봉사단,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철도여행 봉사단 등을 꼽을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 어르신 목욕봉사, 1인 가구 대상 도시락 배달, 복지관 서류정리, 멘토링 활동 등 자신이 지닌 다양한 재능이나 시간·노력을 나누는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헌혈, 장기기증과 같이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나눔도 있다. 겨울철이나 방학기간엔 혈액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가까운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하는 것도 좋은 나눔이 될 수 있다. 불의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표시하는 ‘장기기증희망서약’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나눔은 단순한 금전 기부나 특정인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누구나 실천 가능한 ‘일상’ 속에 있다. 이런 나눔은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과 사회의 행복지수까지 높인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나눔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화설문조사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연구·분석한 ‘나눔실태 2015’에 따르면 기부 참여자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18.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자들도 자원봉사를 하지 않는 이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16.2% 높았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렵지 않은 일상 속의 실천, ‘나눔’을 통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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