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명대 본교가 받았어야 하는 교육부 50억 지원금, 이화여대로 간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25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김상률 당시 수석이 교육부 당국자들을 만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일명 ‘프라임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다. 수도권ㆍ충청권 등 전국 5개 권역별로 각 2개씩 모두 10개 대학을 선정해 교육부로부터 2012억원 규모의 예산을 3년간 지원 받는 대규모 지원 사업이었다.이화여대는 수도권 3위로 자격 요건에 미달했다. 

상명대는 수도권 본교와 충청권 분교 모두 자격 요건을 충족시켜 선정이 복수로 선정이 됐으나 본교와 분교 모두 동시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요건이 있어 문제는 없었다. 다만 교육부는 상명대에 지원이 쏠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해 김 당시 수석에게 해당 연도 지원 금액을 원래대로 50억씩 본교과 분교에 100억을 지원하는 방안A와, 규모를 본교와 분교 모두 합쳐 70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들고 갔다. 그러나 김 수석은 다른 지시를 내놓는다. “(상명대 본교와 분교 중) 한 곳만 하는 게 낫지 않겠나”는 게 그가 내린 지시의 요지다.


이 결과, 상명대 본교가 평가에서 점수가 분교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하고, 3위였던 이화여대가 선정이 됐다. 상명대 분교는 충청권에서 지원 대상이 됐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및 구조개혁 추진 실태와 이화여대 재정지원사업 특혜의혹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기자들에게 감사 결과를 설명한 신민철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본교와 분교가 지원 대상일 경우 보통은 본교를 하는데 이 경우엔 특이하게 분교가 선정이 됐다”며 “관련한 감사 과정에서 교육부와 교문수석실의 진술이 엇갈리지만 감사원으로서는 의심을 배제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이화여대 재정지원사업 선정 과정 감사 결과 23일 발표

교육부와 김 전 수석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김 전 수석이 명시적으로 상명대 본교를 탈락시키기 위한 세부 사항까지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원 이동률등을 고려하라는 수석의 지시가 있었고, 그럴 경우 분교가 본교보다 더 유리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그러나 김 전 수석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신 차장은 전했다. 프라임 사업과 관련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감사 결과는 지난 1월7일 감사원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특별검사팀에 참고 자료로 보냈던 내용이기도 하다. 감사원 전광춘 대변인은 “3월6일 특검 발표 내용이 사실상 감사 결과와 같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오던 이화여대 관련 의혹 감사도 있었고 국회에서도 감사 요구가 들어왔다. 그 결과를 함께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이화여대 점거 농성 등 소위 ‘이대 사태’를 촉발시켰던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이하 ‘평단’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도 공개했다. 여기엔 박 전 대통령도 개입한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했다.평단 사업과 관련해 김 수석에게 보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그런데 주요 대학은 왜 어플라이(지원)를 안 했나”라고 물으며 “주요대학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라”는 요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 지시를 내린 시점은 지난해 4월14일로, 이대가 프라임 사업 특혜를 받은 시점과 11일 앞선다. 이대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이 지난해 4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이화여대를 콕 집어 평단 사업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은 없었다고 감사원 신 차장은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뒤 교육부는 10개 대학을 선정하려던 원래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신 차장은 “예산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0억 예산으로 했던 사업에 10개 대학은 다 선정하면 주요 대학을 추가로 선정할 수 없으니 일부만 선정한 뒤 이후 조건을 완화해 추가로 이대를 포함한 4개 대학은 선정했다”고 신 차장은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담당 실무자가 이화여대로 직접 찾아가 “왜 지원을 안 했는지” 물었고, 지원 요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라는 답을 듣고는 이화여대 입맛에 맞게 자격 요건을 완화한 것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가 지난 6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많이 나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직접적 개입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차장은 “특검 브리핑이나 재판 과정에서,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최순실씨가 자주 접촉을 했고 김 전 수석은 차은택씨 인척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상황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정확한 증거,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대가 부당하게 받은 특혜 지원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차장은 “이대가 로비를 하거나 허위 서류 제출 등을 해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밝혀진 게 없어서 이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도 “교육부 감사 후속 조치로 지원 사업 중 40억원 정도를 집행 정지시켰고 사실상 중단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