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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⑧] 루앙프라방 '탁발 구경갔다가 스님께 밥 퍼드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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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발우에 공양을 드리는 쏭(김송희). 루앙프라방의 탁발공양은 외국인 여행자도 참여가 가능하다. 

스님의 발우에 공양을 드리는 쏭(김송희). 루앙프라방의 탁발공양은 외국인 여행자도 참여가 가능하다.

라오스 최남단 팍세에서 시작해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 어느덧 라오스 여행의 종착지인 루앙프라방에 도착했습니다. 루앙프라방은 14세기부터 500년 동안 라오스의 수도였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오래된 도시이자,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모던한 여행지이지요. 화려한 불교 사원과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근대 건물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루앙프라방 왓마이 사원 앞. 스님들의 탁발공양이 끝없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왓마이 사원 앞. 스님들의 탁발공양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도시를 지배하는 공기는 부디즘(Buddhism)입니다. 특히 스님들의 탁발행렬이 이어지는 왓마이 사원은 여행자들의 순례 코스처럼 여겨집니다. 탁발이란 스님들이 공양(식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전 6~7시경 길거리에서 행해지는데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이 몰려듭니다.

우리가 루앙프라방을 여행한 건 지난 1월이었는데, 해도 뜨지 않은 꼭두새벽에 일어나기가 어찌나 싫던지…. 그래도 루앙프라방의 가장 큰 볼거리를 놓칠 수는 없지요. 찬 공기를 뚫고 밖으로 나와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았어요. 모두 탁발행렬을 보기 위한 군중입니다.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탁발공양을 위해 한 줄을 선 왓마이 사원의 스님들.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탁발공양을 위해 한 줄을 선 왓마이 사원의 스님들.

왓마이 사원에 가보니 라오스 사람 반, 여행객 반이에요. 우리는 애초 옆에서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여행자들도 탁발에 참여하고 있네요. 여행자가 탁발에 참여한다는 건 ‘절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다’는 게 아니라 반대로 스님에게 공양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냉큼 근처 식당에서 밥을 한 통 샀어요. 밥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우리는 1만5000 킵(약 2000원) 짜리를 샀어요. 가만히 보니 탁발도 순서가 있네요. 노장 스님부터 동자승까지 차례대로 줄을 서서 오는 모습이 ‘장유유서’가 있었습니다. 

루앙프라방 왓사미 사원 스님께 공양한 쌀밥. 사원 앞 가게에서 구입해 스님께 공양한다. 

루앙프라방 왓사미 사원 스님께 공양한 쌀밥. 사원 앞 가게에서 구입해 스님께 공양한다.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스님의 발우(식기)에 한 공기씩 공양을 펐습니다. 행렬이 끝이 없어서 공양은 금세 바닥이 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밥 대신 과자를 나눠드리는 여행자도 있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의 초코파이나 과자를 준비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양드린 음식은 스님이 직접 드시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거리 부랑자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탁발공양 참여였습니다. 가만히 서서 구경만 했으면 정말 아쉬울 뻔 했어요.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스님께 공양을 나눠드리고 나니 정작 우리 배에선 꼬르르 소리가…. 굶주린 배를 채우러 간 곳은 루앙프라방 아침시장이에요.

없는 것 없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아침 시장. 

없는 것 없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아침 시장.

보기만 해도 입이 화끈해지는 루앙프라방의 갖가지 고추들. 

보기만 해도 입이 화끈해지는 루앙프라방의 갖가지 고추들.

루앙프라방 아침시장의 꼬치구이 메뉴. 

루앙프라방 아침시장의 꼬치구이 메뉴.

여기도 아침 식사를 사러 나온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라오스 사람들도 중국인처럼 주로 아침을 사먹나봐요. 아마 오전 시간이 많이 바쁘기 때문일 것 같네요. 그런데 시장에는 뱀고기부터 개구리까지 없는 게 없어요. 아침으로는 좀 과하죠?

클러치 핸드백처럼 보이는 뱀가죽. 정말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 

클러치 핸드백처럼 보이는 뱀가죽. 정말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

우리는 주로 길거리 음식을 이용했어요. 따뜻한 닭죽으로 속을 덥히고, 후식은 붕어빵과 비슷한 코코넛빵을 사먹었어요. 달달하고 고소하니 쏭이의 취향 저격이에요. ^^ 하지만 속이 뜨거워 입 천장이 데일 수 있으니 조심히 먹어야 합니다. 처음 먹어본 우리는 급하게 한입 덥썩 배어물었다가 입 천장이 다까졌어요. ㅠㅠ 코코넛빵은 맛도 좋지만 바나나잎으로 만든 포장지가 인상적이에요. 한 개에 5000킵(700원)입니다. 일찍 일어나 탁발공양도 참여하고, 시장 구경도 하고. 알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달달한 코코넛빵과 어울리는 건 바로 라오스 커피! 길거리커피인데요.

루앙프라방에서 진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는 잼(전재민)

루앙프라방에서 진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는 잼(전재민)

우선 컵에 연유를 넣고, 그 위에 설탕을 얹습니다. 여기에 아주 진하게 내린 커피를 채웁니다. 처음 먹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달아요. 연유와 설탕의 ‘더블 펀치’가 무서우신 분들은 ‘노 슈가(무설탕)’를 외치세요!

루앙프라방의 카페. 햇살 좋은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루앙프라방의 카페. 햇살 좋은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아침부터 너무 잘 먹었나요!? 그런데 루앙프라방 여행은 아직도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두는 게 좋아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힘들고 지칠 때마다 라오커피 한 잔이면 달콤함과 쓴맛 때문에 정신이 확(!!) 든답니다.

다음엔 루앙프라방 2편을 소개할게요. 동굴과 폭포 구경을 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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