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숙명여대에서 ‘북한정보화특론’을 강의하고 있는 김흥광 박사와 같은 학교 문형남 교수, 곽인옥 박사 등 3명이 함께 쓴 『4차 산업혁명과 북한』이란 책을 통해서다.
22일 공개된 저서에 따르면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은 ‘온나라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컴퓨터 수치 제어)화 정책’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CNC는 기계설비를 만드는 기계장치인 ‘공작기계’ 중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수치를 제어해 작동하는 공작기계’를 일컫는다.
문형남 교수는 “북한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컴퓨팅 기술을 기계에 결합한 ‘지능화 공작기계’를 통해 제조 정밀도를 높이는 ‘북한식 4차 산업 혁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C 전략은 1995년 김정일의 지시로 군수품 생산라인에서 먼저 시작됐다. 2000년까지 1만 대 CNC 보급운동을 펼치면서 군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흥광 박사는 “2000년대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기술 융합 없이 불가능하다”며 “CNC 정책의 성공이 핵과 미사일 개발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군 분야의 성공을 민간에 본격 확산한 건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극하면서다. 2009년 8월 11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2면에 게재된 정론 ‘첨단을 점령하라’에서 “선군시대 기술혁명의 전성기를 알리는 CNC 바람은 조선이 첨단의 령마루에 올라선다는 장쾌한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CNC화’라는 이름으로 민수용 공장에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2013년 평양에는 첫 무인공장 ‘326전선공장’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무인경영시스템을 갖춘 버섯공장이 등장했다. 북한의 무인공장시설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은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인공장을 자주 외부에 공개한다. 326무인공장을 둘러본 이들에 따르면 공장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조종실에만 일부 인력이 근무할 뿐 생산 전 과정이 자동화 과정을 거친다. 김 박사는 “체제와 일하는 방식이 독특해 다른 국가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북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책은 북한을 탈출한 ICT 연구원, 컴퓨터 전공 교수, 산업 관련 부처 고위 공무원 등 수십 명을 심층 인터뷰해 북한의 4차 산업혁명 진행상황을 짚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북한의 4차산업혁명 '온나라 CNC화'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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