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는 가진 게 많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굳건히 지켜낸 세르비아 정교회의 유물들, 깊고 그윽한 골리아 산세와 도나우 강 지류인 티서 강 주변으로 뻗은 대평원의 자연 환경,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 지배 시절의 문화유산, 맛있는 음식까지 다양한 매력을 야무지게 갖췄다. 수도 베오그라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봐야 할 곳. 제 나름의 세련된 패션감각을 지닌 미남 미녀가 가득하고, 오래된 골목의 아기자기함을 쫓다보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성곽의 요새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잔잔하게 흐르는 도나우 강변에서의 여유도 놓치지 말자. 강바람을 맞으며, 이 아름다운 나라가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보스니아는 세르비아에 비해 다양한 문화가 빛난다.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슬람교, 가톨릭, 세르비아 정교, 유대교를 믿으며 산다. 덕분에 ‘민족과 종교의 모자이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보스니아의 다문화는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며 여행자를 유혹한다. 수도 사라예보의 구시가지는 이스탄불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서남쪽 코니츠의 산마루에 우뚝 선 푸른 모스크에서 발산되는 이슬람 정취는 크로아티아와 가까운 모스타르에서 자연스럽게 가톨릭과 세르비아 정교로 연결된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됐다고 해서 덜 여문 것들이 조랑조랑 모인 게 아니다. 험준한 산세를 굽이 돌아 달리면 세계 3대 가톨릭 성지인 메주고리예가, 또다시 산허리에 내려앉은 안갯속을 달리면 가장 오래된 세르비아 정교회가 있는 트레비네가 나타나는 식이다. 굵직한 것들이 모여 있으니, 세르비아로서는 보스니아를 욕심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터. 전쟁 후 보스니아 내의 민족 간 불화도 심해졌다. 한때는 문화와 종교가 달라도 도란도란 함께 행복했단다. 그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니콜라 부비에가 글을 쓰고 티에리 베르네가 그림을 그린 여행서『세상의 용도』를 참고하길. 1950년, 두 나라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당시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HIDDEN PLACES]
'티토의 벙커' TITTO’S BUNKER
구 유고슬라비아의 수장 티토는 핵 공격에 대비해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었다. 보스니아의 아름다운 협곡 마을 코니츠에 지어진 지하 세계로, 그의 이름을 따 ‘티토의 벙커’라 불린다. 능선에 숨은 작고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고 긴 복도가 혈관처럼 뻗어 있고, 복도를 따라 6.6㎡ 남짓의 방이 100여 개 자리한다. 정작 티토는 벙커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전쟁이 끝나고 기능을 상실한 벙커는 예술가들을 위한 아트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현재는 발칸 반도, 동유럽 일대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를 운영하며 매해 대규모의 아트 페어를 개최한다.
2. 사바말라의 브라체 크르스마노비츠 거리 SAVAMALA BRACE KRSMANOVIC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핫한 구역은 사바말라다. 베오그라드 구시가지에서 강변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 특히 사바 강을 따라 클럽이 도열한 크르스마노비츠 거리가 인기다. 맥주부터 싱글몰트위스키까지, 일렉트로닉부터 재즈까지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골라 들어갈 수 있는 바들이 골목을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섰다. 강변 쪽 클럽이나 펍은 대부분 야외 테라스를 갖춰 시원한 강바람을 만끽하기에도 제격. 주말 저녁이면 ‘놀 줄 아는’ 베오그라드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골목으로 몰려든다.
*자세한 내용은 제이룩 3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WRITER & PHOTOGRAPHER 문유선
EDITOR 김강숙 (kim.kangsook@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