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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북ㆍ미 회담" 가능성 타진..미국의 대답은?

중앙일보

입력

北, '북ㆍ미 회담' 주장...'김정남 암살' 질문에는 대답 못해
美, '핵포기' 원칙 강조...북한의 WMD 사용 경고
中, 북한 주장 거들며 '사드 배치' 비난
韓, '대북제재 구멍', 이행능력 부족...통관조사 문제점 지적

북한은 최근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ㆍ미 회담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중국의 지지만 받았을 뿐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대표들은 이번달 5일부터 7일까지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비확산ㆍ군축 연구그룹에 참가해 북한의 입장을 소개했다. 이 연구그룹은 2015년 첫회의를 했으며,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연구그룹은 바로 다음날 개최되는 ‘아세안지역포럼’(ARF) 비확산ㆍ군축회담(이번달 8일~9일)에 참석하는 외교당국자들에게 의제를 제안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 중심으로 토론하는 자리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진아 박사(한국국방연구원)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각국 대표들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진아 박사가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 박사는 북ㆍ미관계, 북핵 및 핵비확산 체제 전문가로 불린다. [사진 장진영 기자]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진아 박사가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 박사는 북ㆍ미관계, 북핵 및 핵비확산 체제 전문가로 불린다. [사진 장진영 기자]

 북한, “핵무기는 미국 때문에 자위권 수단…
 대화로 해결 가능, 평화협정 회담 해보자”

김 박사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들은 “북한은 미국의 위협때문에 핵무기가 필요하다”며 핵개발을 미국 책임으로 떠넘겼다. 그들은 “미국은 공세적인 군사연습과 전쟁위협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에 미국 측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무겁다”면서 “핵무기 보유국가라는 지위를 갖고 싶은 것 인가”라며 북한 측을 몰아붙였다.

 중국, “북핵문제는 북ㆍ미 대화로 해결해야…
 미국이 사드 배치해 국가이익 침해”

반면, 북한 측은 핵무기를 기반으로 한 북ㆍ미 대화를 거론했다. “핵무기는 억지력 수단일 뿐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북한을 거들었다. 중국 대표단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해결해야 하며 중국도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북ㆍ미 양자 간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이 사드를 배치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린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김진아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가운데)이 17일 인터뷰를 했고 중앙일보에서는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오른족)와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왼쪽)이 참석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김진아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가운데)이 17일 인터뷰를 했고 중앙일보에서는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오른쪽)와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왼쪽)이 참석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한국, “평화체제 논의는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북한이 비핵화 검증 거부한 것이 문제”

한국측 민간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김진아 박사는 “평화체제 논의는 비핵화 진전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검증을 거부하며 스스로 걸림돌이 됐다”며 북한의 그동안 행태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미국측도 “평화협정만을 요구하는 북한의 대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며 북한의 대화 요구에 선을 그었다. 또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할것”이라며 경고했다. 북한측은 오히려 적반하장격 발언을 했다. 북측 대표는 “UN의 대북 제재는 불법이다”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자위권 때문이다”는 엉뚱한 주장을 반복했다.

 미국, “평화협정만 요구하는 대화는 할 수 없어…
 북한이 WMD사용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

김 박사는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으며 비핵화를 전재해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틸러슨도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은 대북한 선제공격과 북ㆍ미 대화 가능성을 함께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박사(KIDA, 북한군사연구실)는 17일 인터뷰에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며 대북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대북 제재 참여국가의 이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김진아 박사(KIDA, 북한군사연구실)는 17일 인터뷰에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며 대북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대북제재 참여국가의 이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김 박사, “전략물자 북한으로 많이 흘러가…
중국과 동남아 국가 대북제재 이행 역량 검토필요”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서도 참가국가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김 박사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무기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반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대북제재 이행과정을 통제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이행 국가들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말레이시아ㆍ태국ㆍ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으로 상당한 규모의 전략물자가 흘러간다”며 “통관을 검역하는 기술과 인력 등 역량이 부족하다”며 원인을 분석했다.

여기에 관습과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보다 엄격한 통관 조사를 선호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신속한 통관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현실적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통관 물자를 모두 열어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통관 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남 암살 질문엔…‘물만 마시고 시선 돌려’

 이번 CSCAP 회담에서는 핵무기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포괄적으로 검토했고, 생물무기 위협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며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살해한 북한의 테러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측 대표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측 대표들은 대학원생들이 참가하는 별도의 토론에 참가했는데 여기에서는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사실여부를 묻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측 대표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테이블에 마련된 물을 마시며 시선을 돌렸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장진영 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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