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극복하는 게 지도자의 고통 아닐까. 저와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대목에서 문 후보의 리더십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쉽고 간결한 메시지로 거침없는 문재인 비판 #당내 전략통 의원들 캠프 참여로 변신 #이철희, 토론 전에도 찾아가 "공세 수위 높여라" #박영선, "충청도 스타일 버리고 결론부터 말하라" #긍정적 평가 속에 '복마전' 우려도
‘철학자’에서 ‘검투사’가 된 안희정 충남지사의 변신이 화제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첫 지상파 TV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입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나온 순간 안 지사 캠프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날도 문 전 대표를 비판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지사는 '대연정' 등으로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주로 방어적 입장이었다. 당내에서는 같은 친노 그룹 출신인 문 전 대표와 사실상 ‘내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해석도 나왔다.
6일 토론회 때만 해도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엄호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를 ‘친재벌 후보’라고 빗대며 양측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자 안 지사는 “동지에 대한 예의를 서로 지키자. 기본까지 불신하는 언사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발끈한 것이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애당심은 알겠지만 1위를 따라잡는데 바쁜 2위 주자가 할 일은 아니잖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작심한 듯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을 문제 삼는 등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모셔와 우리 당이 지난 총선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왜 직접 찾아가서 만류하거나 설득하지 않느냐”, “(문 전 대표가) 정치 입문하신 뒤 당 대표까지 지내는 과정에서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전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을 떠났다”, “당내 통합 문제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통합의 리더십으로 이끌겠는가” 등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처럼 일주일만에 달라진 안 지사의 모습에는 박영선, 이철희, 변재일, 기동민 의원 등 최근 캠프에 합류한 원내 의원단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의원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지난 주말에 의원들과 2시간 가까이 ‘대연정’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에게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해야하고,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는 포용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캠프에서는 과연 안 지사가 토론회에 가서 이같은 요구대로 발언할 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전략총괄실장인 이철희 의원도 “토론회 시작 직전에도 안 지사를 찾아가서 이번만큼은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또 MBC 앵커 출신인 박 의원 등은 특별히 안 지사의 화법에 대한 ‘코치’ 역할도 했다. 박 의원은 “토요일 회의에서 안 지사의 화법에 대한 조언을 했다. ‘결론을 한참 뒤에 말하는 충청도 특유의 ‘귀납법’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토론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나 본질부터 빨리 말하는 ‘연역법’ 스타일로 바꿔가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안 지사의 토론 방식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민주주의 등 개념 설명이 많고, 대중이 즉각 이해하기에는 말이 너무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이해하기도 쉬었다. 대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안 지사 나름의 장점인 온건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다른 후보와 난타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차별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안 지사 측 김종민 의원은 “애초 안 지사도 문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단순한 경선용 전략은 아니다”라며 “단지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공격을 자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원래 6일에도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올리자는 의견을 들었는데, 이 시장이 문 전 대표를 세게 공격하니까 타이밍을 놓쳤다”며 “이제부터는 안 지사의 다른 모습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