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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도 불출마, 보수표심 다시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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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행이 이날 오전 창원시 3·15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7주년 3·15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행이 이날 오전 창원시 3·15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7주년 3·15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레이스에서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황 대행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대선 날짜를 5월 9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기문 이어 대선 무대 퇴장 #유례없는 일방적 선거 구도 #민주당 뺀 3당 개헌투표 합의 #반문재인 연대 가능성 열어 #대선 날짜는 5월 9일로 확정

황 대행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 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보수층이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황 대행까지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이번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일방적인 구도가 형성됐다. SBS·칸타코리아가 지난 11~12일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1%의 지지율로 선두였고, 안희정 충남지사 15.1%, 이재명 성남시장 10.4% 등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1~3위를 휩쓸었다. 이어 황 대행 9.6%,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9.5%,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2.4%, 홍준표 경남지사 1.8% 등의 순서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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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행이 빠지면 남은 보수 진영의 주자는 유승민 의원, 홍준표 지사 등이다. 현재로선 지지율이 3%를 넘는 후보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갈 곳을 잃은 보수 표심이 어떻게 재조정되는지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황 대행 불출마로 ‘반(反)문재인’ 연대가 성사될 길은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행의 지지층은 ‘태극기집회’로 상징되는 강경 친박 성향”이라며 “만약 황 대행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됐다면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물론 바른정당과 손잡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행이 빠지면서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보수연합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의 3당 연대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만나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향후 대선 구도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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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황 대행의 불출마로 강경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 ‘이렇게 된 이상 당을 떠나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여론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4월 17일부터 5월 8일까지 22일간이다. 사전투표는 5월 4~5일 실시된다. 대선 당일인 9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으며 오후 8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또 지난 2월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대선부터는 선거 당일에도 온라인 선거운동이 허용되며 투표 인증샷 공개도 할 수 있다.

김정하·박성훈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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