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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서 첫선 보인 테슬라, 충전시설이 문제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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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5일 문을 연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 전시장에서 방문객이 ‘모델S 90D’를 살펴보고 있다. 모델S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4.4초 걸리는 전기 스포츠카다. [사진 김춘식 기자]

15일 문을 연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 전시장에서 방문객이 ‘모델S 90D’를 살펴보고 있다. 모델S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4.4초 걸리는 전기 스포츠카다. [사진김춘식 기자]

전기차판 ‘애플 신드롬’을 일으킬까, 호사가의 사치품으로 그칠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상륙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다.

스타필드 2층 명품코너에 전시장 #딜러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 #운전대 옆엔 커다란 태블릿 PC #차에서도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 #일반 완속 충전 땐 13시간 걸려

테슬라코리아가 15일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첫 전시장을 열었다. 아시아에선 중국(홍콩·마카오 포함)·일본·대만에 이어 네 번 째다. 전시장은 스타필드 하남 2층 명품 코너에 자리 잡았다.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와 ‘마이클 코어스’ 매장 사이다. 이날 오전 10시 개장을 앞두고 전시장 앞에 방문객 20여명이 줄을 섰다. 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개장 전부터 줄을 섰다는 점에서 2007년 국내 상륙 이후 신제품 출시 때마다 애플 매장 앞에 늘어섰던 아이폰 구매 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방문객 윤성렬(34) 씨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테슬라에 ‘성지(聖地) 순례’하러 왔다. 테슬라를 실제 보는 건 처음이라 흥분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가 봤다. 198㎡(약 60평) 규모라 아담했다. 기존 전시장과는 사뭇 달랐다. 차량을 판매하는 영업사원 대신 태블릿PC를 들고 제품 사용법과 특징을 설명하는 직원 6명이 눈에 띄었다. 딜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테슬라식 마케팅’이 실감 났다. 벽면엔 터치 스크린을 달아 테슬라 제원을 확인하고 다른 차량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버튼을 없애고 대형 터치 스크린을 단 모델S 내부. [뉴시스]

버튼을 없애고 대형 터치 스크린을 단 모델S 내부. [뉴시스]

좌석과 외장을 뜯어낸 테슬라 차체도 전시했다. 주인공은 중형 전기차 ‘모델S 90D’였다. 테슬라 모델 중 한국 정부가 인증한 유일한 차종이다. 환경부로부터 1회 충전 주행거리 378㎞를 인증받았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191㎞), 기아차 ‘쏘울 EV’(148㎞), 닛산 ‘리프’(132㎞), BMW ‘i3’(132㎞) 같은 전기차보다 주행 거리가 길고, 한국GM ‘볼트’(383㎞)와 비슷하다. 최고 시속 250㎞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4초면 충분한 ‘전기 스포츠카’다.

방문객들은 모델S 2대의 외관·실내를 살피고 만지느라 바빴다. 차량에 탑승하자 버튼을 없앤 센터페시아(가운데 조작부)에 대형 터치 스크린이 한 눈에 들어왔다. 화면을 위·아래로 나눠 위엔 지도, 아래엔 인터넷 포털 ‘네이버’ 화면을 띄워놨다. 전시장 직원은 “와이파이와 연결해 쓰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차량 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차에 태블릿PC를 한 대 달아놓은 셈이다. 자동차 매니어인 정용진(49) 신세계 부회장도 매장에 들러 약 20분간 모델S를 꼼꼼히 살피고 돌아갔다.

주차장엔 테슬라 전용 완속 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7대를 설치했다. 테슬라는 구매 고객에게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무상 제공한다. 급속충전할 수 있는 ‘수퍼차저’는 오는 6월 중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부산·광주·평창간 고속도로 인근에 각각 설치할 계획이다. 데스티네이션 차저도 상반기 중 신세계 백화점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25곳에 구축한다.

테슬라가 애플 만큼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모델S 가격이 1억2100만~1억6135만원에 달한다. 테슬라 관련 기사엔 “1억2000만원 주고 충전도 어려운 모델S보다 메르세데스-벤츠·BMW를 사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오히려 내년 출시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3’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모델3는 충전시 346㎞까지 달릴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6초면 충분하다. 차값이 4300만원이지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로 떨어져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슷하다.

모델S의 주행 거리가 긴 건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실내를 넓히고 무게 중심을 낮춰 승차감·안전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만큼 충전 시간도 길다. 강민정 테슬라코리아 마케팅 총괄은 "완속 충전하는데 5~6시간, 급속 충전하는 데 1시간 쯤 걸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슬라 전용 충전기가 아닌 일반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13시간 이상 걸린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완속 충전 4시간, 급속 충전 20~30분)에 한참 못미친다. 충전·방전을 거듭하면 (다른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성능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다만 테슬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당시 노키아·소니는 물론 삼성전자·LG전자·팬택도 피처폰 성공 신화에 매달리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졌다. 테슬라의 국내 상륙을 자동차 업계가 그 때와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향후 전기차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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