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타고 있었다” 기내서 잠자다 깨보니 헤드폰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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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타고 있었다” 화상을 입은 피해 승객의 모습. [사진 시드니모닝헤럴드 캡처] 

“내 얼굴이 타고 있었다” 화상을 입은 피해 승객의 모습. [사진 시드니모닝헤럴드 캡처]

비행기 탑승객이 쓰고 있던 헤드폰 배터리가 폭발해 해당 승객이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리튬 이온 배터리 한 쌍 들어가는 헤드폰 이용하던 호주 여성 #“큰 폭발음에 잠에서 깼고, 정신 들었을 때 내 얼굴 타고 있었다”

호주교통안전국(ATSB)은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발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에 지난달 19일 탑승한 호주 여성의 헤드폰 배터리가 터져 이 여성이 얼굴과 손, 머리카락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호주 멜버른으로 가고 있었다.

피해 승객은 리튬 이온 배터리 한 쌍으로 작동되는 헤드폰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며 이륙 후 약 2시간가량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이 승객은 커다란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피해 승객은 ATSB에 “큰 폭발음에 잠에서 깼다”며 “정신이 들었을 때 내 얼굴이 타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바로 헤드폰을 빼서 바닥에 던졌고 불꽃과 함께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승무원들이 불에 타고 있는 헤드폰에 곧 물을 부었으나, 배터리와 그 덮개 모두 녹아 비행기 바닥에 달라붙은 상태였다. 이것들은 녹아 항공기 바닥에 눌러 붙은 자국을 남겼다.

남은 비행 시간 동안 승객들은 타버린 헤드폰과 머리카락의 냄새 때문에 기침하거나 숨쉬기도 어려워하는 등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ATSB 대변인은 “모든 배터리가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문제가 된 배터리와 헤드폰 브랜드를 특정하는 것을 피했다. 그는 “전원으로 이용된 건전지 때문에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전지에는 에너지가 내장돼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TSB는 또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군이 확장됨에 따라 기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배터리를 이용하는 기계는 쓰지 않을 때 잘 실어두고 위탁수하물로 이를 부쳐서는 안 된다”고 주의했다.

많은 항공사가 지난해 배터리 폭발 위험을 이유로 삼성 갤럭시 노트7 제품의 이용을 금지한 바 있으며, 또 최근 수년간 기내 전자제품의 리튬 배터리로 인한 발화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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