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일 지정 머뭇거릴 이유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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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주재한 국무회의엔 대선일 지정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당연히 19대 대통령 선거일은 아직 미확정 상태다. 선거 관련 부처에선 ‘5월 9일 대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인데도 정부는 뚜렷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대선일 지정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일 공고 후 출마 입장을 밝히면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공정성 시비가 커질 수 있어서란 것이다. 총리실 측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선일 지정을 위한 법정시한(3월 20일)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결정을 미룰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선거일 확정 지연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닷새나 지났다. 대선까지 남은 최대 일수는 55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탄핵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대선 일정이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의 불복 움직임을 강화시키고 대선을 미래보다 과거에 더욱 얽매이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오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날짜를 통보할 예정이어서 향후 정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선일 확정은 그 출발선이다.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하루속히 밝혀야 한다. 정부가 대선일을 확정하지 못하는 게 그의 대선 출마 여부 때문이란 말이 나도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정국 불확실성을 키우는 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출마든 불출마든 분명한 입장을 당장 국민 앞에 밝히는 게 도리다. 만약 출마하는 쪽이라면 권한대행 사퇴가 당연하다.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선거판에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불쏘시개가 될 경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