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이러는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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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걱정하던 일이 기어이 벌어진것 같다. 1일밤 김대중평민당위원장이 묵고있는 부산국제호텔은 『김영삼 지지』를 외치는 수백명의 청년들이 몰려들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수라장이 됐다.
돌과 모래·계란이 날아들고 박살난 유리조각이 얼굴에 박힌 부상자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김위원장측은 호텔 로비에 있던 고급 소퍼·의자·집기로 바리케이드를 치는등 살벌한 분위기였다.
일부 흥분한 김위원장 지지자들은 웃통을 벗어부치고 호텔밖으로 뛰어나가려 했으나 『싸우면 다같이 죽는다』며 주변에서 만류해 양측이 맞부닥쳐 싸우지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모든 후보들이 지역감정 해소를 외치지만 모두 말로만 그치는게 아닌가 싶다.
이날도 김위원장은 지역감정 해소를 몇차례 거듭거듭 호소했다. 광주·전주엘 김총재와 함께 갈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또 이날 김영삼총재는 서울에서 김위원장이 영남에서 불상사 없이 집회를가질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말로는 지역감정 타파에 노력하겠다는 것이지만 뒤집어보면 마치 어느 지방은 자기 홈 그라운드처럼여기고 있는 사실을 은연히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이런 식으로 유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어느 후보는 광주·전주엘 못가고 다른 후보는 부산·대구엘 못가는 상황이온다면 큰일이다. 이미 여당후보도 봉변당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선거가 어려워지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야당측은 늦게 출동한 경찰을 비난하고 이간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난동 요인이 있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든 후보들이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지역감정을 이용하려는 행위가 있더라도 제동을 걸수 있는 것은 그들 뿐이기 때문이다.
고도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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