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샤론 스톤처럼 담배를 피우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담배를 피우면 피부가 나빠지나요?"

젊은 여성환자에게서 매일 듣다시피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망설임 없이 "물론입니다"다.

흡연하면 니코틴을 비롯, 4000개가 넘는 독소들이 혈관을 통해 피부로 전달된다. 이들은 엘라스틴을 파괴하고, 혈액순환 기능을 떨어뜨려 산소와 영양공급을 감소시킴으로써 피부의 주요 성분인 콜라겐의 형성을 방해한다. 또 흡연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피부 자가치유 능력을 저하시킨다.

그 결과 피부노화가 가속, 주름이 생기고 표면이 건조해지며 피부색이 칙칙해지고 뺨이 쑥 들어가 수척해 보이게 된다. 이것이 만성 흡연자의 전형적인 얼굴이다. 심해지면 입안에 하얗게 염증이 생기는 '구강백판증'이 발생하고 악성 피부암이 발생할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3배 이상 높아진다.

또한 자가 치유.재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주름 수술시 치유기간이 비흡연자에 비해 약 12배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 농포성 건선이나 하지 혈액순환 장애를 초래해 다리에 감각이상과 궤양이 생기는 '버거씨병' 같은 피부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TV광고에 나왔던 것처럼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맨 얼굴을 땅바닥에 긁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해로운 행위다.

최근 여성흡연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성의 사회적 활동증가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야기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된다. 담배에 남성보다 여성에게 유독 나쁜 성분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이 임신할 수 있고, 피부상태에 민감하다는 점에 비추어 흡연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실제로 흡연여성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는 저체중 또는 기형인 사례가 심심찮게 알려지고 있다.

담배를 오랜 기간 피우면 피부 외에 치아가 노랗게 변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이쯤 되면 '담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돼야 함은 자명해진다. 한마디로 담배를 끊는 것만이 피부 살리고 건강 살리고-,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는 길이다. 물론 금연엔 금단의 괴로움이 따를 것이다. 이때 사랑하는 가족.연인의 얼굴을 떠올린다면 도저히 못견딜 고통이란 없지 않을까.
더마 클럽 자문의 최현주 (청담 이지함 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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