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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문재인 캠프 영입파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문재인 캠프의 홍보부본부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9일 방송된 팟캐스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계산한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문 전 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그래서 어제 밤 중으로 본인으로 하여금 사과하게 하고 또 사퇴하게 해서 신속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방송에서 이동형 작가가 “노무현 대통령은 감성적 승부사지. 빨갱이 프레임으로 막 몰아가니까 ‘그래서 내 마누리 버리라는 거요?’ 이 한마디로 확 덮어지잖아요”라고 말하자 정청래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은 진짜로 고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승부사”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손 의원이 “그런데 마지막으로 떠나실 때는 계산했으면 어떻게 됐었던거야?”라고 되묻는다. 정 전 의원이 “그거는 계산 안했지”라고 했지만 손 의원은 “계산한거지. ‘내가 이렇게 떠날 때 여기서 모든 일은 끝날거다’라고 했고...”라고 받아친 것이다. 파문이 일자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 무지의 소치였다”며 “앞으로 팟캐스트 출연을 자제하겠다. 자중하겠다”고 사과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가 설화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캠프 내 안보자문으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란했던 지휘 체계가 문제이지 군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문 전 대표가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영입했던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도 삼성 백혈병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에 대해 ‘전문 시위꾼’, ‘귀족 노조’라는 식으로 얘기하다 문 전 대표가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총선 당시 영입1순위였던 표창원 의원은 최근 국회 ‘누드화 전시’ 논란으로 ‘당직 자격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캠프에서 예종석 홍보본부장(왼쪽)과 손혜원 의원이 캠프명칭과 로고 브리핑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캠프에서 예종석 홍보본부장(왼쪽)과 손혜원 의원이 캠프명칭과 로고 브리핑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다른 당에선 문 전 대표 영입 인사들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영입 인사들이 연 이은 망언으로 국민의 화를 돋구고 있다”며 “이 정도면 더 이상 영입 인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입을 추진한 문 전 대표 본인의 문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이기재 대변인은 “표창원 의원,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양향자 최고위원에 이어 손 의원을 보면 문 전 대표 주변에는 하나같이 이상한 분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며 “손 의원이 홍보부본부장으로서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제대로 홍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화여대 박성희(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하는 말이 공적인 텍스트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책임감 있는 언어 구사를 해야 한다”며 “그 언어가 가볍다는 말은 정치의 무게감 또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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