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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파문과 기업인의 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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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런 호리에가 지난달 23일 라이브도어의 핵심 임원 3명과 함께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 체포됐다. 2003년 이후 계열사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증권시장에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키는 회계 조작을 했다는 혐의였다. 생각지도 못한 '호리에 신화'의 갑작스러운 붕괴였다. 충격을 받은 일본에선 '일본판 황우석 파동'이란 말도 나왔다. 라이브도어는 회생하기 어려울 것 같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라이브도어 등의 상장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행동은 일확천금을 노려 불법을 저지르다 무너진 벤처기업들의 행태와 유사하다. 미국에서도 2001~2002년 신흥 에너지기업 엔론과 통신회사 월드컴이 회계 부정과 불법 자본거래 등으로 자사 주가를 올린 뒤 다른 회사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덩치를 불려가다 적발돼 쓰러졌다. 호리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잦은 주식 분할, 시간 외 주식거래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 노골적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도 본업보다는 쉽게 돈 버는 '페이퍼(주식)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졌던 것이다. 그 이면에는 땀과 윤리를 무시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가 깔려 있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살 수 있다"고 했던 호리에다.

그러나 그가 일본 사회에 던진 파문이 큰 것은 벤처 재벌 총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고 꽉 짜인 일본 사회에서 그는 파괴자였고, 개혁의 상징이었다. "리스크를 택하는 사람들을 낮게 봐선 안 된다" "구태를 없애야 일본 경제의 미래가 있다"는 그의 발언에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지난해 일본 신입사원들이 '가장 이상적인 사장'으로 뽑았다. 효율을 중시하는 서구식 개혁을 추진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측근들은 그를 '구조개혁의 상징' '새 시대의 경영인'으로 치켜세웠다. 반면 보수세력에 호리에는 눈엣가시였다. 호리에는 이같이 개혁과 보수세력이 치열하게 싸우는 변혁의 시기 한가운데 있었다. 그런 그가 부도덕한 벤처기업인으로 추락하자 판도가 달라졌다. 자민당 내 고이즈미 반대파는 "일본이 비윤리적으로 떼돈을 벌고, 사회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며 고이즈미 총리를 공격했다. 9월 임기가 끝나는 고이즈미 총리는 수세에 몰렸고, 그의 레임덕 현상이 빨리 올 가능성도 크다. 후임 총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제2의 호리에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가장 큰 상처는 국민이 받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달 24일 사설에서 "호리에는 많은 사람이 갖고 있던 개혁에의 기대와 희망을 농락했다. 그 책임은 저지른 범죄 이상"이라고 비난했다. 기업인의 경영윤리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호리에 사건은 새삼 말해준다.

오대영 논설위원

*** 바로잡습니다

◆ 2월 7일자 30면의 시론 '호리에 파문과 기업인의 윤리'에서 '23일'과 '24일'은 모두 '지난달 23일', '지난달 24일'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