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격력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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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이후 프로축구 울산 현대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유상철(요코하마 매리너스)이 대한해협을 건넌 뒤 기우뚱하더니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마저 사라지자 아예 폭삭 가라앉은 듯했다.

전적을 보면 울산의 추락은 분명하게 확인된다. 울산은 이천수가 사복을 입고 관중석에서 지켜본 지난달 12일 부천전에서만 2-0으로 승리했을 뿐 그후 지난 6일까지 세 경기에서 2무1패를 기록했다.

특히 홈경기에서 꼴찌팀 부천과 비기고, 하위권인 광주에 0-2로 패한 대목은 뼈아팠다.

그런데 10일 전북전에서부터 달라졌다. 예전의 자신감을 회복한 듯 몸놀림과 조직력이 급속히 살아났다.

루시우(28.(左))와 정경호(23.(右))의 합류 덕분이다.

8월 초 긴급 수혈된 루시우는 득점 선두(16골) 마그노(전북 현대)와 같은 브라질 1부 리그 출신으로 96년 프로에 입문한 뒤 산토스 등 명문구단에서 모두 31골을 기록한 골잡이다. 슈팅력과 드리블이 빼어난 것은 물론 패스도 번개 같은 선수다.

"몸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이천수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만한 재목이에요. 앞으로는 루시우-도도-최성국을 스리톱으로 내세울 작정입니다. "

김정남 감독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이날 K-리그 데뷔전을 치른 루시우는 절묘한 중앙 돌파, 그리고 최성국-도도와 함께 좌우.중앙을 넘나들며 화려한 삼각패스로 삼바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정경호는 울산대 재학시절 '대단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다. 그러나 울산 입단 후 쪼그라들어 버렸다. 유상철.이천수의 그늘이 워낙 크고 짙었던 탓이다. 그러나 두 기둥이 사라진 지금 정경호는 날개를 달았다.

전북의 거센 반격에 시달리고 있던 후반 38분 골문 오른쪽에서 번개처럼 골문 안으로 날린 쐐기골은 전북의 추격의지를 하늘로 날려버렸다.

산=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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