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피살 북한인은 김정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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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할릿 아부바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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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북한 남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맞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바카르 경찰청장 첫 공식 확인 #신원 확인 방법은 보안상 안 밝혀 #비밀리에 유족 DNA 확보 가능성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사진) 경찰청장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당국은 그동안 사망한 북한 남성을 김정남으로 지칭하지 않은 채 김정남의 여권에 기재된 이름인 ‘김철’로 불러 왔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남과 김철은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할릿 청장은 시신의 신원을 어떻게 확인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보안상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신원 확인을 위해 유족의 DNA 샘플이 활용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떤 방법이 동원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그동안 “시신 인도의 우선권은 유족에게 있다”며 유족들이 직접 말레이시아로 와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DNA 샘플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들 한솔 등 유족들이 말레이시아를 찾아오지 않으면서 김정남 신원 확인과 사건 마무리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말레이시아의 한 시민 단체가 1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 꽃을 두고 갔다. 이들은 이날 대사관을 찾아 지난 7일 북한이 자국에서 출국금지 시킨 말레이시아인들의 신속한 귀국 조치와 양국간 외교적 갈등에 대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AP=뉴시스]

말레이시아의 한 시민 단체가 1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 꽃을 두고 갔다. 이들은 이날 대사관을 찾아 지난 7일 북한이 자국에서 출국금지 시킨 말레이시아인들의 신속한 귀국 조치와 양국간 외교적 갈등에 대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AP=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한솔이 지난 8일 탈북민 지원 단체라고 주장하는 ‘천리마민방위’의 도움을 통해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솔이 안전한 제3국으로 대피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퍼졌다.

이에 따라 김정남의 유족이 이미 비밀리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거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해외로 나가 유족들의 DNA 샘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할릿 청장은 한솔의 유튜브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유족들이 방문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인 DNA 샘플 확보 방안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피살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시신을 누구에게 인도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할릿 청장은 이와 관련해 “유족들에게 시신 인도 절차를 밟을 것을 통보했지만 이들의 시신 요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시신은 보건부로 인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정남의 유족들이 일정 기한까지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으면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으로 시신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를 계기로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외교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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