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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사저 풍경, "안타깝지만 인간적으로는 감싸줘야지" Vs. "이사갔으면 좋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4년 전에 청와대 갈 때, 사람들 엄청 많고 축제분위기였어요. 동네로 돌아오면 다른 의미에서 신기할 거 같아요. 막 시끄럽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울 강남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 근처에 사는 중학생 조원희(13)군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사저 인근에는 냉대와 환영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일인 10일 만난 주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과 “이사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른 새벽, 취재진의 사다리만 놓여진 채 고요한 분위기였다

이른 새벽, 취재진의 사다리만 놓여진 채 고요한 분위기였다

사저 인근에 있는 롯데캐슬 아파트의 관리인인 조모(56)씨는 “주민들은 대체로 탄핵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지만, 실망감도 크게 느낀다”고 전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때 명동성당에서 박 대통령을 봤다는 동네 주민 이모(52)씨는 “혹시나 이번에 사저에 돌아온다면, 대통령으로서는 잘못했더라도 동네 주민들은 개인 박근혜를 따뜻하게 맞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탄핵이 인용되로 경우에 대비해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탄핵이 인용되로 경우에 대비해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동네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반상회 등에서 탄핵 문제를 자주 얘기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출근 중이던 동네 주민 김모(50)씨는 “최근 탄핵이나 사저 복귀를 놓고 동네 어른들이 반상회에서 갑론을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환영 여부를 떠나, 헌재 결정에는 그 누구든 승복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사저에서 100m 떨어진 곳에는 ‘삼릉초등학교’가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6학년 자녀를 둔 박모(55)씨는 “탄핵 인용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이번 일로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했고, 학부모 송모(40)씨는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돼도 사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 주민이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사를 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민관ㆍ여성국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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