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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트레칭, 공사 코치하는 드론 … 창업 서바이벌 뚫은 ‘스타트업 아이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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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원녕씨는 드론을 이용한 건축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비더로켓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장진영 기자]

박원녕씨는 드론을 이용한 건축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비더로켓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장진영 기자]

8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의 한 강당. 강당에 앉은 200여 명의 머리 위로 가로세로 30㎝ 정도의 드론 한 대가 날더니 무대에 사뿐 ‘착륙’했다. 무대에 서 있던 박원녕(26)씨가 조종기를 내려놓고 스크린을 향해 섰다.

서울대 주최 ‘비더로켓’대회 가보니 #"다리 붓는 엄마 생각하며 만들어” #"공사현장 점검 발품 줄이려 착안” #125개 팀 예선 거쳐 7개 팀 생존 #1등은 알레르기 방지 약콩 마요네즈

스크린에는 방금 강당을 난 드론이 실제 촬영한 공사 현장, 건축물 조감도, 구글맵 등이 함께 나타났다. 구글맵상에 표시된 공사 현장별로 현재 상태와 미래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공사 현장을 점검하려면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드론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현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공사 시공사·감리회사 등에 드론이 ‘코치’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박씨는 미국 명문 대학인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수재다. 이날 무대에는 박씨 같은 20대 청년 창업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관련 업계와 투자전문회사 관계자, 서울대 재학생에게 자신들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했다. 조재민(26)씨도 그중 하나다.

8일 서울대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비더로켓’에서 청년창업가 천예슬씨가 스마트 스트레칭 기계를 시연하고 있다. 발목을 자동으로 움직여 종아리 근육을 풀어준다. [사진 장진영 기자]

8일 서울대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비더로켓’에서 청년창업가 천예슬씨가 스마트 스트레칭 기계를 시연하고 있다. 발목을 자동으로 움직여 종아리 근육을 풀어준다. [사진 장진영 기자]

“종일 서서 일하느라 다리가 퉁퉁 붓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해 이걸 만들었습니다.” 조씨가 선보인 것은 종아리에 장착하면 알아서 근육을 풀어주는 ‘스마트 스트레칭 머신’이다. 스마트폰과 연동돼 현재 머신이 주물러주는 부분의 피로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조씨는 연세대 의공학과를 졸업해 지난해 특허를 5개나 신청했다. 그는 “다리가 자주 붓는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청년들은 서울대가 주최한 ‘창업 경진대회’의 본선 참가자들이다. ‘비더로켓(Be the Rocket)’이라는 이름의 행사로 로켓을 띄우듯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쳐보라는 취지다. 서울대가 주최하고 서울대기술지주회사·산학협력단이 주관했다.

대회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됐다. 출신 학교, 나이와 상관없이 신생 스타트업(투자받은 금액 1억원 미만)이면 참가 가능하다. 이번이 3회째인 이 행사엔 125개 팀이 도전장을 냈다. 이 중 7개 팀만이 본선에 올랐다. 이들은 창업 착수금 성격으로 지난해 500만원씩을 지원받았다. 최근 석 달간 창업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심사를 다섯 차례 거쳤다. 각 심사에서 매겨진 순위에 따라 팀별로 모두 1000만~2000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았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식비, 사무보조인력도 제공받았다. 특허·법률·회계 자문도 이뤄졌다.

본선 참가팀 팀원들은 대부분 20~30대. 나이에 맞게 톡톡 튀는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이날 펼쳐졌다. 대중에게 볼거리로 공연을 올리고 싶어하는 단체·기업에 예술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에서부터 차세대 유전체 분석 플랫폼, 전·월세 직거래 사이트도 포함됐다.

팀원 평균 나이 40세의 ‘고령’ 팀도 있었다. 위치기반 모바일 인증암호시스템을 개발한 앨핀팀이다. 이 팀의 박영경(47) 대표는 “젊은 친구들과 경쟁하며 힘을 얻고 자극도 받았다. 늦은 나이지만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본선 참가팀 중 1등을 결정하는 ‘최종 제품 발표회’였다. 석 달간의 중간 평가, 그리고 이날 나온 최종 평가가 더해져 우승자가 가려졌다. 1등상인 대상은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박사과정의 양재식(30)씨가 차지했다. 그는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채식을 하는 이들이 먹을 수 있는 마요네즈를 만들었다. 재료로는 콩의 일종인 국내산 약콩도 들어갔다.

벤처투자자, 명함 건네며 "따로 만나자”

이날 벤처투자자들 다수가 양씨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관심을 보였다. “이미 확보된 공장으로 곧바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양씨의 설명에 일부 투자자는 “따로 만나 얘기하자. 타깃 소비자를 명확히 하고 홍보·마케팅을 잘하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대 창업경진대회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참가자의 긴장감을 높이고 여기에 투자전문가들의 컨설팅이 더해져 스타트업 회사들의 생존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첫 해인 1기의 본선팀 7개 중 4개가 24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2기 본선팀 7곳 중 2개도 평균 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다른 한 팀은 가능성을 인정한 다른 기업이 인수했다. 서울대기술지주회사는 이번 참가팀 중 한두 곳에 최고 1억원까지 투자를 고려 중이다. 목승환 투자전략팀장은 “본선에 참여한 팀은 앞으로도 투자유치나 특허·법률·회계 분야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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