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기른 정이 뭐기에 … 손자 편애, 못 말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시러어~시러어."

울음소리를 들으니 건백이와 도우가 싸우는가 보다. 거실로 나가 보니 건백이와 도우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친정엄마가 갑자기 건백이 손에 들려 있던 스케치북을 빼앗아 도우에게 주는 게 아닌가. 도우는 이제 크레파스까지 달라고 울고, 스케치북을 빼앗긴 건백이도 울기 시작했다. 상황을 보니 건백이 것을 도우가 뺏으려고 하는 것. 나는 스케치북을 빼앗아 건백이에게 돌려줬다. 도우를 겨우 달래놓고 나서야 친정엄마가 '공정하게' 한마디 하셨다.

"사실 오늘은 도우 잘못이지. 사사건건 건백이 것을 뺏으려 하는 거야."

"엄마는 알면서 왜 도우 편만 드는 건데?"

"건백이는 다 컸잖아."

"건백이랑 도우랑 1년 밖에 차이 안 나. 건백이도 어리다고."

친정엄마는 항상 이런 식이다. 무슨 일이건 무조건 도우 편이다. 건백이가 대변을 누면 냄새 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이 도우 것은 "어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느냐"며 신기해 하신다. 도우가 범벅해 놓은 밥은 끝까지 드시지만, 건백이가 남긴 밥은 절대 '노우'다. 건백이가 형이어서가 아니다. 아기때부터 직접 키운 도우가 더 예쁘신 것이다. 반대로 시어머니는 건백이를 더 예뻐하신다. 셋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건백이를 키우셨기 때문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어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다 같은 손자라 예쁘긴 해도 특별히 마음이 가는 아이는 있는가 보다. 둘째를 낳고 6개월가량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한 집에서 두 아이를 돌봐주신 적이 있다. 부모가 매일 아이들을 봐야 하고, 형제들도 떨어뜨려 키울 수는 없다는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당시 시어머니는 건백이를, 친정엄마는 도우를 맡으셨다. 이때도 두 분 다 '각자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동네에서도 시어머니를 '건백할머니', 친정엄마를 '도우할머니'로 불렀을 정도다. 심지어 도우를 목욕시키고 예쁜 옷을 입혀둔 날 시어머니가 "도우는 포대기에 업혀 다니는데 예쁜 바지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벗겨서 건백이에게 입혔던 일도 있었을 정도다. 하여튼 두 어머니를 보면 '자식은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라는 생각이 든다.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어머니들 화나셨을 때 대처법

① 아이들 칭찬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힘들게 해서 짜증이 났으면서도 손자 사랑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 앞에서 아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면 대부분은 금방 기분이 풀어지신다. "어쩜 어린애가 연필을 저렇게 잘 쥘 수가 있을까?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아. 선생님이 우리 애가 너무 귀엽대." 뭐 이렇게 오버를 많이 하면 할수록 효과는 더 빠르다.

② 며느리는 시어머니 편, 사위는 장모 편 들기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돈 간이라도 한 집에서 있다 보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있게 마련.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앞에서는 크게 화를 내셨어도 돌아서면 '내가 잘못했나'금방 마음이 수그러지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이 강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신다. 게다가 자식이 일처리를 공정하게 한답시고 "엄밀히 따지면 엄마가 잘못한 것"이라고 못 박으면 더 자존심 상해 하신다. 그래서 친정엄마에게는 "엄마가 잘못한 건 없는데, 나를 봐서 딱 한 번만 시어머니에게 먼저 죄송하다고 말해달라"고 하고,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고는 다시 나는 시어머니에게, 남편은 친정엄마에게 "어머님이 너무 죄송해 하고 있다"고 선수를 쳤다. 이런 노력으로 두 분은 금방 화해를 하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