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악관, 극적인 경고효과 위해 전술핵 재배치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특파원 분석│ 미·중·일, 동시에 한국 난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두 차례의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 행정부의 국가안보 담당 2인자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논의한 두 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에서 철수했던 9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인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됐다”며 “이 내용은 곧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 최고위급 담당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NYT “다양한 대북 옵션 검토 중” #오바마 ‘사이버 공격’ 작전도 공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의 최종 결정에 따라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정하게 되면 B-61·B-83 등의 핵폭탄과 열핵탄두인 W-76·W-78,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에 탑재하는 W-80 등이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전술핵무기는 국지전 등 작전 반경이 좁은 곳에서 사용되는 소형 핵무기로 폭발 위력이 보통 20kt(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이하다. 이에 비해 전략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탑재되고 위력이 수백kt에 달해 한 번 사용하면 전쟁의 양상을 바꿔 버린다.

이와 관련해 “북한과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북한의 핵개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반대론이 한국 내에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NYT는 전술핵 외에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옵션과 관련해 ▶북한 군사시설 선제타격 ▶사이버 공격 ▶핵협상 착수 ▶중국 압박을 통한 북·중 교역 제한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선제타격은 북한에 산악지대가 많고 터널과 벙커들이 상당수라 명중 가능성이 작고, 사이버 공격은 중국·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을 향한 사이버전에 나설 명분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맞서 비밀리에 추진했던 ‘사이버전’ 계획도 공개했다.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을 추진했다고 한다. 바이러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사이버 공격을 통해 수초 내에 무력화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한동안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율이 88%에 달해 성공한 듯했지만 북한이 지난해 9월 탄두가 대량 개량된 노동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며 ‘발사의 왼편’ 작전은 사실상 소멸됐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