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세계사 물길을 바꾼 ‘결정적 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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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그해, 역사가 바뀌다
주경철 지음
21세기 북스
300쪽, 1만6000원

물리적으로 동일한 1년이라고 다 같은 1년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대전환을 가져온 결정적 시기는 따로 있었다. 이를테면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은 현재까지도 현대인의 삶을 사실상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은 또 어떤가.

저자는 오늘날을 판가름한 인류 문명의 변곡점에 주목한다. 그 접근이 낯설고 흥미롭다. 첫 번째는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해다. 단지 신대륙을 개척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콜럼버스의 정신세계를 통해 유럽 문명 내면에 잠재해 있는 의식, 즉 ‘문명의 무의식’을 해부해 본다.

둘째는 1820년이다. 유럽과 미국 경제가 아시아를 따돌리고 독주하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가 시작되는 때다. 15세기만 해도 중국은 대선단을 이끌고 인도양을 누비던 세계 최강 세력이었다. 왜 중국은 강력한 해양력을 버리고 내륙으로 향하게 된 것인지, ‘동양’에서 ‘서양’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한다.

이밖에 문명과 자연의 불균형이 비롯된 1914년, 세계대전 이후 인간 지성이 야만성과 직면하기 시작한 1945년 등을 저자는 주요 시기로 꼽는다. 지나온 역사를 찬찬히 살펴 궁극적으론 인류가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묻는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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