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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닦이를 동업자로 찜했다, 덴마크 ‘미쉐린 식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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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마의 공동 소유자가 된 오른쪽부터 알리 송코, 로 리히터, 제임스 스프레드버리. [사진 레드제피 SNS]

노마의 공동 소유자가 된 오른쪽부터 알리 송코, 로 리히터, 제임스 스프레드버리. [사진 레드제피 SNS]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덴마크의 ‘노마(NOMA)’가 14년간 일해 온 접시닦이를 레스토랑 공동 소유 파트너로 선택했다.

오너셰프 레드제피의 파격 #14년째 한식구 “노마의 심장·영혼” #매년 100만 명 예약 몰리는 맛집 #연내 새로운 곳으로 옮겨 재개장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노마의 오너셰프인 르네 레드제피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시닦이 알리 송코가 레스토랑의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공동 소유자로서 송코는 레스토랑 수익을 배당받게 된다. 노마 측은 구체적인 동업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송코의 ‘인생 역전’은 노마가 올 연말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재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2003년 개업한 노마는 지난해 말까지 코펜하겐 크리스티안스하븐 해안가에서 영업했다. 10여 년 간 미식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덴마크 요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뉴 노르딕(북유럽) 퀴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영국의 미식잡지 ‘레스토랑’이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네 차례(2010·2011·2012·2014년) 1위를 차지했으며, 미쉐린(미슐랭)가이드 별 2개를 받았다. 매년 100만 명이 예약해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으로도 꼽혔다. 그러나 레스토랑을 이전해 ‘농장형’으로 재개업하기 위해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SNS 게시글에서 레드제피는 “올해 말엔 새 레스토랑의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를 맞아 접시를 닦아 온 알리 송카 등을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한 사실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것(송코의 공동 소유 발표)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을 놀라게 할 계획을 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네 레드제피

르네 레드제피

올해 62세인 송코는 34년 전 감비아에서 덴마크로 이주했다. 노마가 개업했을 때부터 접시만 닦아왔다. 2010년 노마가 처음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선정됐을 땐 그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비자 문제 탓에 그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당시 동료들이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송코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시상식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2년 뒤 노마가 다시 최고의 레스토랑에 뽑혔을 때 송코는 런던에서 직접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레드제피는 지난 주말 직원들에게 새로운 파트너를 발표하는 자리를 갖고 “송코는 노마의 심장이고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송코는 12명의 자녀를 부양하면서도 늘 웃으면서 일했다”며 “사람들은 송코 같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코는 현지 매체 BT와의 인터뷰에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레스토랑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고 그들은 언제나 나를 존중해줬다. 노마에서 접시를 닦는 일은 최고의 직업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마는 송코 외에 서비스 관리자인 로 리히터와 2009년부터 레스토랑 매니저를 맡아 온 제임스 스트레드버리도 새로운 노마의 공동 소유 파트너로 발표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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