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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넣으면 쓰레기만 나와” 반 트럼프 선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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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셉 스티글리츠(74)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대표적 지식인이다. 지난 20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기고문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그는 “트럼프 시대에 생존하려면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저항하라”고 일갈했다. ‘저항(resist)’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힐 정도로 트럼프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미국이 사법적 독립을 거부하고, 딸의 사업을 홍보하는 대통령을 갖는 게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 스티글리츠는 #한국에 긴축 요구한 IMF에 반대 #세계은행 부총재직 밀려나기도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신케인스학파로,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대가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비대칭적인 정보가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는 점을 규명해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국내에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사진)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배경 또한 트럼프의 정책이 불평등의 근원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감세와 정부 적자 해소를 통해 인프라 투자비와 방위비를 대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기만에 불과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몇몇 부유층의 배만 불릴 뿐 트럼프를 찍었던 미 중부 러스트벨트의 성난 낙오자들을 달래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티글리츠는 “분배 측면에서 최하위계층이 받는 실질임금(물가 상승률 고려) 수준은 약 60년 전과 동일하다”며 “트럼프가 ‘미국 경제는 썩었다’고 외칠 때 대중이 열광적으로 반응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세금 감면 등을 통해 부유층과 기업에 혜택을 주면 낙수효과가 일어나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한 기고문에서 “쓰레기(잘못된 정책)를 넣으면 쓰레기(잘못된 결과)만 나온다”고 강하게 표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등 혁신만이 추락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술혁신이 소득불균형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공정한 분배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해 지식 격차를 발생시키지 않는 ‘학습하는 사회’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아프리카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 대도시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기보다 아프리카 시골마을의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에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서 무인자동차에 일자리를 잃은 택시운전사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기보다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게 현명한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7년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지낼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와 재정긴축 처방이 한국 경제를 더 악화시킨다며 강력히 반대하다 결국 2000년 세계은행을 떠나야 했다. 사공 고문과는 그때부터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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