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지멘스서 ‘스마트 포스코’ 길 찾는 권오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임기 ‘시즌 2’에 돌입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임기 ‘시즌 2’에 돌입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대표적 ‘굴뚝 산업’인 철강업체가 정보통신(IT)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연임에 성공해 다음 달 ‘시즌 2’를 시작하는 권오준(67) 포스코 회장이 독일과 미국의 대표적 스마트 공장을 방문해 이 가능성을 타진한다. 포스코는 26일 “권 회장이 오늘 출국해 다음 달 초까지 독일 지멘스·미국 GE 등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들 생산 현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 공유와 글로벌 사업 공동 추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음달까지 해외 스마트공장 방문 #기술 공유, 사업 공동추진 등 논의 #ICT 기업으로 탈바꿈 위해 잰걸음

스마트팩토리는 기존 생산 공장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접목한 생산시스템을 말한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힌다.

권 회장이 지멘스·GE와 관련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이들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스마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지멘스는 제어·계측·IT를 융합한 암베르크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산업 자동화 설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공장로봇 두뇌칩(PLC)을 만드는 곳이다. 1000여개의 IoT 센서를 설비에 연결해 하루에 데이터 5000만개를 분석한다. 불량품이 발생하면 바로 라인을 세우고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량률을 40분의 1로 줄였다. 미국에서 방문할 GE는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대표적 업체다. 그만큼 포스코가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다. 항공엔진·발전용 터빈 등을 생산하는 GE는 제조업에 IT 신기술을 융합하고 있다. 최근엔 모니터링 분석용 앱을 개발해 공장 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다. 단순히 인간의 손을 기계나 로봇으로 대신하는 자동화와는 개념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의 이번 행보를 두번째 임기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 임기에서 휘청거리는 포스코의 구조조정이 화두였다면 2기엔 미래 먹거리에 신경 쓰겠다는 신호라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스마트 솔루션 카운슬’을 구성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왔다. 본업인 철강은 물론, 건설·에너지 등 그룹 주력 사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한국 제조업 중에 스마트화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생산 현장에 적용 중인 곳도 있다. 포스코는 2015년부터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육성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광양제철소의 모든 공정을 스마트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미 자동화가 많이 된 시설이지만 이를 넘어 ‘생각하는 제철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후판은 선박과 해양구조물 건조에 쓰이는 철강제품이다. 포스코는 후판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바꾸기 위해 광양제철소·포스코ICT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어느 공정을 먼저 스마트화를 진행할지부터 정했다. 후판은 제조 과정에서 길이와 모양이 수시로 바뀌는 특성이 있는데 센서를 연결해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사이버상에서 실제에 가까운 신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스마트화의 매력이다. 현재는 새로운 철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가상의 공장에서 추가 비용 없이 다양한 시뮬레이을 통해 신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이번 방문이 철강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ICT와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