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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프로레슬링에 웬 트럼프 깃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최근 반(反) 멕시코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인기를 끄는 프로레슬러가 있다. 주인공은 ‘샘 아도니스’라는 별칭으로 멕시코 프로레슬러로 활동 중인 미국인 샘 폴린스키(27·사진).

‘지지자’로 가장한 미국 선수 인기 #관중들 야유 퍼부으며 대리 만족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그는 링 위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가장하면서 현지인들의 분풀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멕시코 프로레슬링 ‘루차 리브레’는 현지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높은 스포츠로 여겨진다.

폴린스키가 멕시코 관중의 분노를 유도하는 방식은 이렇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미국 성조기를 들고 링에 올라선다. ‘트럼프 지지자’로 가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지 관중 수천 명이 일어나 그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반(反) 멕시코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멕시코인의 반감과 증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관중들은 멕시코 레슬러가 ‘트럼프 지지자’를 링에 메다 꽂는 통쾌한 장면을 즐길 수 있다.

폴린스키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런 경기 방식은 히어로물인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다를 게 없다. 영웅에 대한 동정심을 유도하려면 아주 나쁜 악당(villain)이 되어야 한다”며 “쇼처럼 인식되는 프로레슬링에서 ‘진짜 증오’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 폴린스키는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정책과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지도자로서 고집스러운 지도 방식은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록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가능하다면 트럼프를 뽑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9년 미국 피츠버그의 프로레슬러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활동하다 2011년 무릎 부상으로 무대를 떠났다. 이후 유럽 일대에서 활동하다 멕시코로 건너가 트럼프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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