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한 대리운전자 사고 차주도 일부 배상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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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회사원 김모(42)씨는 최근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시켰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했다. 운행 도중 대리운전 기사가 행인을 치어 상처를 입혔다. 이들의 배상책임은 어떻게 될까.

본지 1월 31일자 10면 '대리운전 사고, 차 주인도 연대책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리운전 중 사고가 발생하면 차 주인도 대리운전자와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많은 사람이 당혹해 하고 있다. 무심코 대리운전을 맡겼다가 재산상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리운전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부상했다면 대리운전회사 측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차주 측은 책임보험 한도 내에서 일정부분 배상해야 한다. 책임보험이란 교통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에게 기본적으로 배상하기 위한 것으로,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이는 "자동차 주인은 그 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사고를 낸 운전기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제3조)에 근거한 것이다. "대리운전회사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차 주인은 사고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통상의 생각과 배치되는 것이다.

현행 책임보험에서 대인배상은 장해가 남지 않는 일반 상해를 입혔을 때 상해급수에 따라 8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사망.1급 장애의 경우 최고 1억원까지 배상해 준다. 따라서 차주는 보험사를 통해 자신의 책임 부분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면 된다. 이 경우 보험료가 할증돼 결국 차주는 경제적 손실을 보는 셈이다. 또 차 주인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이른바 '일반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사고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보험약관상 대가(돈 등)를 준 경우엔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업체 측의 종합보험 가입 여부는 교통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책임보험 한도를 초과할 경우에 중요해진다.

만약 대리운전업체 측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면 김씨와 업체 측은 공동 배상해야 한다. 예컨대 피해자 측이 사고로 5000만원 상당의 인적 피해를 보았을 경우 책임보험에서 최고 2000만원이 지급되고 나머지 3000만원은 김씨와 대리운전업체가 함께 지급해야 한다. 이때 만약 대리운전업체가 "돈이 없다"고 버티면 김씨가 전액을 떠안아야 한다. 대리운전 한번 잘못 시켰다가 큰 재산상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면 책임보험을 초과하는 3000만원은 대리운전업체가 가입한 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 현재 자동차종합보험의 경우 대인배상은 한도가 없다. 다른 사람의 차까지 망가뜨린 경우에 보상해 주는 대물배상의 경우 가입금액에 따라 보통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다양하다.

하재식 기자

◆ 자료 협조=법무부 보호과 법교육팀(www.lawedu.go.kr), 법률 자문=한문철 변호사, e-메일 법률 상담=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팀

◆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대리운전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리운전업체를 이용하다 사망.상해 사고를 낸 경우

-차 주인이 가입한 보험사가 책임보험 한도에서 1차적으로 배상(사망 또는 1급 장애의 경우 최고 1억원, 장애가 남지 않는 상해는 최고 2000만원)

-책임보험 한도 넘는 피해액은 차 주인과 업체.대리운전자가 공동 배상/업체 측이 돈이 없을 경우 차 주인이 물어줘야

▶대리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업체를 이용했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차 주인이 가입한 보험사가 책임보험 한도에서 1차적으로 배상

-책임보험 한도 넘는 피해액은 대리운전자 보험의 보험사가 배상(대인배상은 무한, 대물배상은 가입 금액에 따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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