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김정남 용문신’ 자료까지 말레이시아에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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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신원 확인을 위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한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우리 정부는 김정남의 문신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21일 밝혔다.

김, 일본 언론에 “젊은 혈기로 문신” #체포된 LOL 여성, 작년 한국 방문

김정남은 2011년 1월 일본인 고미 요지(五味洋治) 기자와 만나 “분명히 문신을 했다. 젊은 혈기로 한 것인데 (문신이) 야쿠자와 관계가 있다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정남이 야쿠자와 거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문신 얘기가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남이 마카오에 머물며 찾았던 골프장 샤워실이나 사우나에서 용 모양의 문신을 본 사람이 여럿”이라며 “이 자료들을 말레이시아에 전했고, 시신과 일치할 경우 사망자를 김정남으로 특정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북한의 테러 전담 조직인 정찰총국의 조직, 범행 수법 등과 관련한 내용도 말레이시아 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20일 “이번 사건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결탁”이라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수사 협조 요청을 받으면 응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북한의 주장은 억지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김정남의 사인은 시신 부검을 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이 분석하고 있다. 김정남이 마카오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해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중국 정부로부터 신원 확인 관련 자료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용의자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나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그는 범행 당시 ‘LOL’이 쓰여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도안티흐엉이 지난해 11월 2일 입국해 수일간 한국에 머물며 쇼핑과 관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의 입국 여부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인의 경우 불법 체류 가능성이 있어 신원보증이 필요한데 당시 신원보증을 했던 손모(25)씨가 지난 1일 프랑스로 출국했다”며 “손씨가 한국을 떠난 시점과 이재남 등 북한 공작원들의 말레이시아 입국일이 비슷해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행적 세탁 차원의 방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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