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토리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흐르지만, 주연 배우 김민희만큼은 관객을 깨어 있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속 김민희의 연기에 대한 미국 영화잡지 ‘할리우드 리포터’의 평가다.
김민희는 이 영화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수상했다. 2월 18일 저녁(현지 시간), ‘원초적 본능’(1992)의 폴 버호벤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은,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영희 역을 맡은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사랑에 빠져 번민하는 여자 배우 영희의 이야기다. 영희는 자신과 상원의 사랑에 대해 수근대는 사람들을 피해 독일 함부르크 여행 후 강원도 강릉으로 돌아온다. 강릉에서 영희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지난해 6월 불륜 논란을 일으킨 홍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와 자연스레 겹쳐진다. 그래서일까.
“원하는 건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살고 싶어. 그러기로 했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다짐해보고 싶었어"
“그 사람 진짜 보고 싶네. 나처럼 내 생각할까?”
"(그 사람) 좋아하지. 사랑해"
라는 대사 하나하나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민희와 홍 감독은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공식 석상에 함께 참석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수상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상업적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내겐 큰 의미가 없다”며 “향후(수상 이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을 아꼈다. 앞으로 김민희는 어떤 행보를 이어 갈까.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홍상수 감독) ‘아가씨’(2016, 박찬욱 감독)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이어진 흥미로운 필모그래피의 향방이 궁금하고 또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한편 홍 감독과 김민희는 함께 작업하는 세 번째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를 지난해 5월 프랑스 칸에서 찍었다. 베를린영화제 참석차 머무는 베를린 현지에서도 네 번째 영화를 촬영한다고 알려졌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3월 개봉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