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채택 경산 문명고…다시 학생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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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둘러싼 구성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다.

"연구학교 지정 재검토 공문 보내지도 않았다" 주장 나와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15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교내에서 집회를 했다. 학교 측이 전날 20~21일 자율학습 취소를 통보한 상황에서도 상당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학생들은 '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 국정 교과서 철회' '저희는 문명고에 입학하고 싶지 문맹고에 입학하고 싶지 않습니다' 등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학교 건물 복도를 행진하면서 국정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2학년 정연성(19)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전국에서 문명고가 유일하게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불명예를 얻었다"며 "교장은 20~21일 등교를 막고 무작정 버티면서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재(19)군은 "교장이 어서 학교에 나와 우리를 직접 보면서 설명하고 사과하고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하지만 교장은 병을 핑계로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신모(49)씨는  "역사는 수학처럼 정해진 공식과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학교가 주입식으로 선택의 여지 없이 역사를 가르친다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문명고 측이 교육부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7일 김태동 교장은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연구학교 정책 자체를 다시 검토해볼 것을 요구하겠다"며 "23일까지 회신을 받은 뒤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최재영(48) 문명고 교사는 "그 이야기는 김 교장이 그냥 즉흥적으로 한 말"이라며 "교육부에 공문을 보낸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휴정 교감은 "답변 못 드리겠다. 죄송하다"면서 답변하지 않았다.

문명고 측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휴정 교감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고 절대 불법이 아니다"면서도 "(김 교장이 병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제가 임의로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김 교장은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건물 복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건물 복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분간 항의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성훈(19) 문명고 학생회장은 "21일 오전에도 수업이 없지만 학생·학부모들이 교내에서 항의 집회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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