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양키스 악몽 자극' BK "실력보여준다" 독기

중앙일보

입력

무엇이라고?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이 발끈했다.

잊을 만하면 떠올리는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악몽이 다시 거론됐다.

스포츠 전문 웹진 'ESPN'은 2003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이하 한국시간) 올 가을 축제서 흥미를 끄는 10가지 화제를 꼽으면서 김병현의 아픈 과거를 건드렸다.

'ESPN'은 '좋은 마무리가 없는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예는 아주 오래됐다'며 단기전에서의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 2001년 애리조나의 정상 등극 당시 김병현은 단 한 차례도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9월 한 달 간 13경기 무자책 행진을 거듭하는 쾌조의 피칭으로 빨간 양말의 수호신으로 복귀한 김병현으로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김병현은 2001년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 5차전에 출전했으나 티노 마르티네스, 데릭 지터, 스콧 브로셔스 등에게 잇따라 동점, 끝내기 홈런 등을 맞는 등 고전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병현은 당시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서 1세이브를 따낸 데 이어 애틀랜타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서는 모두 3게임에 출전, 총 5이닝을 무안타로 틀어막으며 2세이브를 올리는 등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무엇보다 김병현은 이듬해 6월 13일 양키스타디움을 찾아가 2이닝 동안 탈삼진 4개 등의 완벽한 투구로 세이브를 거두며 보기 좋게 설욕전을 펼친 바 있다.

김병현은 올 시즌도 불펜진이 무너지다시피 했던 보스턴으로 이적, 7월부터 마무리로 전환해 레드삭스의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지난 4월 콜로라도전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로 8월 중순 이후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9월 한 달 간 3승 5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팀의 기둥으로서 구실을 다했다. 특히 김병현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29일 탬파베이와의 시즌 최종전서는 3타자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완벽한 구위를 과시했다.

김병현이 지긋지긋한 양키스 악몽을 씻어내기 위해선 2일 오전 11시 시작되는 오클랜드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카고=노재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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