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튼튼한 하체'의 고통을 아실는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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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백화점 청바지 매장을 찾은 손님이 묻는다. "이 바지 ○○사이즈 있어요?" 직원이 아래위를 훑어보고 대답한다. "그 사이즈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이거 한번 입어보세요." 건네받은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한다. 잠시 후 탈의실 커튼 사이로 얼굴을 내놓고 말하는 손님. "이거 작거든요. 더 큰 걸로 주세요." 이 때 손님에게로 쏠리는 직원들과 다른 손님의 시선. 아, 탈의실에서 영원히 머무르고 싶다.

# 장면 2

신사복 상설 할인매장을 찾은 남성 고객이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 웃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직원의 말 한마디에 '눈앞의 떡'을 포기한다. "죄송합니다만 상설 할인매장이라서 정장은 상하의 한 벌 세트로만 팝니다." 하체가 두꺼워 상의와 하의 사이즈를 서로 다르게 입어온 그다. 재킷 사이즈에 맞추자니 바지가 터질 것 같고, 바지 사이즈에 맞추자니 남의 재킷을 입은 것 같다. 에이, 확 두 벌을 사버려?

'저주받은 하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롱다리' '숏다리' '큰바위 얼굴' 등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가리키는 수많은 말 중에 하나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좀 이상하다. 신체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지칭하고 있는 다른 말에 비해 '저주받은 하체'라는 말에는 상당한 감정이 들어 있다. '공포의 뱃살'과 비슷하다. 왜 그럴까? 두꺼운 하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본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서가 아닐까?

이러니 필자처럼 하체가 두꺼운 사람들은 어떨 땐 옷 사는 게 고통이다. 요새 유행한다는 스키니진(바지통이 좁아 발목까지 달라붙는 스타일의 청바지)은 꿈도 못 꾼다. 가뜩이나 두꺼운 하체 때문에 짜증나는데 다리에 달라붙는 청바지라니, 누굴 놀리는 건가? 청바지를 살 때도 남들처럼 허리 사이즈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다. 허벅지 사이즈에 맞춰 산다. 허리에 맞춰 사면 다리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허리가 크면 벨트로 조이면 되지만 허벅지가 작으면 바지 옆선의 실밥이 터질 것 같다. 결국 본의 아니게 배기 스타일(밑위가 짧고 허벅지 부분의 바지통이 넓은 스타일) 매니어가 되어 버린다.

"남자라면 하체가 두꺼워야 좋은 거야." "하체가 튼튼해야 늙어서 고생 안 하는 거다."

'저주받은 하체'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글쎄, 나이 들어 고생해도 좋다. 몸에 딱 맞는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조도연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31일자 23면 Mr. 아줌마 '튼튼한 하체의 고통을 아실는지…'칼럼에서 '두꺼운 하체'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못한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하체는 '두껍다'가 아니라 '굵다'고 표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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