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선발탈락…전력 제외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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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사나이'로 거듭날 때만 하더라도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의 앞날은 창창하기만 했다.

올 시즌 사상 최강의 선발진으로 평가받는 레드삭스의 5선발 투수로 내정된 데다 막강 화력이 뒤를 받쳐준다면 두 자리 승은 물론 15승 이상도 무난하다는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갑작스레 찾아온 부상이 김병현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김병현은 작년 4월 애리조나 시절 콜로라도와의 경기 도중 상대 타자의 부러진 배트에 맞아 오른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 팀 사정상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무리를 해야 했고 결국 시즌 막판 오른어깨에 이상을 느꼈다.

부상의 후유증은 작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엔트리 탈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너진 투구 밸런스가 원인이 돼 오른어깨 뒤쪽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김병현은 최소 1주일 이상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수주 간에 걸친 재활훈련을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시즌맞이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병현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팀 안팎의 분위기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김병현의 부상은 팀에 불행'이라고 안타까워하고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 6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롱 릴리프) 브론손 아로요가 김병현 대신 선발진에 합류할 경우 생기는 불펜진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걱정'이라고 말해 이미 김병현을 제외한 전력 구상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보스턴 지역 언론들 역시 시즌 초 김병현의 선발진 제외를 기정사실화하고 '레드삭스는 아로요가 김병현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병현의 부상은 메이저리그 선수층의 두터움과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를 발휘할 기회를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일간스포츠 노재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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