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업무 시간엔 오롯이 일에만 집중한 뒤 칼퇴근이 대세

중앙선데이

입력

세계는 근로시간 단축 경쟁 중

근로시간 단축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정착시키고 있는 나라들은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스웨덴의 기업들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공공 부문에서 우선 도입한 뒤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자 민간 부문에서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스웨덴, 하루 6시간 근무제 연착륙 #아마존?유니클로 주 4일 근무 도입 #佛, 경제위기에 주 35시간 철폐 추진

주 4일 근무제가 정착된 덴마크에서는 짧게 일하는 대신 업무 시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근로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업무 시간에는 오롯이 일에 집중한 뒤 퇴근 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귀가하는 삶이다. 가족·친구와 함께하거나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뜻의 ‘휘게(Hygge)’는 이 같은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질을 상징하는 단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짧다.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이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는 연평균 137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근로자(연평균 2124시간)보다 연간 753시간이나 적다. 주당 40시간 근무로 환산할 경우 독일인이 한국인보다 1년에 4개월이나 덜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시간당 평균 소득은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하루 6시간 근무제 대신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하는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지난해 8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지만 임금이나 복지 혜택은 동일하다.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도 지난달부터 전 직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이달부터 주 4일 근무제에 동참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주 4일 근무가 일반적 추세인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2014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9시간과 33시간이다.

퇴근 후 휴식 시간을 제도적을 보장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1993년 야근 후 8~12시간 내엔 출근을 금하는 ‘근무 간 인터벌제’를 도입했다. 정시 퇴근 후에도 최소한 11시간의 휴식과 여가 생활을 보장해줬다.

일본 정부는 근로자에게 출퇴근 시간 사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주는 ‘인터벌 규제’를 사규에 도입한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하루에 몇 시간의 휴식을 보장할지 등 구체적 사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4조 엔(약 44조500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되레 근무시간을 늘리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 근무제 철폐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 중이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따 ‘엘 코므리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에는 근무시간을 최장 주 60시간까지 늘리고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여 최대한 많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경기 침체와 투자 부진 등으로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원상 복귀를 추진하게 됐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