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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지음
오숙은 옮김, 학고재
352쪽, 2만2000원
사학자이자 미술범죄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미켈란젤로도 위작과 관련 있다. 그를 흉내 낸 가짜 작품 얘기가 아니다. 그 자신이 20대 초반에 대리석 조각상 ‘잠자는 에로스’를 만들 때 일부러 고대 작품처럼 보이도록 꾸며 판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의도가 사기였는지, 아님 고대 유물로 보일 만큼 뛰어난 솜씨를 과시하려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미켈란젤로는 이후 큰 명성을 얻었고 이 같은 초기작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대에는 얘기가 다르다. 위작이 드러날 때마다 미술계는 발칵 뒤집히고 소유자와 전문가가 재판에서 격돌하기도 한다. 전에 없던 현상은 또 있다. 위작 제작자가 대중 스타가 되는 것이다. 특히 서양에선 위작 스캔들이 터진 뒤 자기 얘기를 책으로 펴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방송 출연자로 전직, 이름난 화가를 흉내 내는 재주를 꾸준히 시연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위작 사건, 특히 2011년 뉴욕 크뇌들러 갤러리 같은 최신 사례까지 상세히 소개하며 이 요지경 같은 세계, 진작과 위작의 판별이 쉽지 않은 다양한 이유를 전한다.
과학적 기법이 도입된 요즘도 그렇다. ‘가짜’란 걸 공인받기보다 묻어두려는 소유자들, ‘진짜’라는 걸 인정해 엉뚱한 사람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고 싶지 않은 전문가들도 있다. 바스키아가 죽기 며칠 전 그린 그림은 후자의 예다. 동네 마약상의 집 철문에 그린 이 그림은 진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바스키아의 서명이 없기도 하거니와 ‘마약상의 손에 수백만 달러를 쥐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전문가들에게 작용했을 거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