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우규민 "WBC 공인구 적응? 나에게 잘 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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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인구는 가죽으로 이뤄진 겉표면이 미끄럽다. 이 공을 쓰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별도로 진흙을 공에 발라 접착력을 유지한다. 손가락을 걸치는 심도 도드라지지 않아 처음 공을 만지는 투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는다.

하지만 WBC 대표팀의 언더핸드스로투수 우규민(32·삼성)은 "공인구가 나에게 꼭 맞는다"고 말한다. 우규민의 직구는 좀처럼 시속 140㎞를 넘지 않는다. 대신 똑바로 가는 공이 별로 없다. 낮은 코스로 깔리는 제구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다양한 기술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매년 10승 이상을 거뒀다.

15일 WBC 대표팀 전지훈련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의 구시카와 구장에서 만난 우규민은 "나는 정확한 제구력과 공의 무브먼트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실밥이 많이 튀어나오지 않은 공인구가 변화를 주기에 더 좋다"고 밝혔다.

우규민과 같은 언더핸드 유형은 국내에서도 희귀하다. 대표팀에서 잠수함 투수로 분류되는 임창용, 심창민 등은 사이드암스로에 가깝다. 우규민은 언더핸드라는 장점 외에도 몇 가지 무기를 더 갖고 있다. 경기 도중 팔의 위치를 달리해 타자의 눈을 현혹시킨다. 공을 던지는 타이밍에도 변화를 준다. 손재주가 좋아 그립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움직임이 심한 변종의 공을 던진다. 한마디로 타자를 심하게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새 공인구 효과가 더 해지면 WBC에서 공의 변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우규민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차 예선, 2015년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서 9경기에 등판, 10이닝동안 탈삼진 10개를 곁들이며 평균자책점 0.90으로 호투펼쳤다. 생소함이 무기로 작용한 것이다. 우규민은 "김인식 감독님께서도 잠수함(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의 역할이 크다고 말씀하셨다. 역대 국제대회, 특히 WBC에 나선 잠수함 투수 선배들도 좋은 결과를 남겼다. 나도 선배들의 뒤를 이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14일 불펜피칭에서는 우규민은 40개 정도 공을 던졌다. 그는 "(삼성 캠프지인) 괌에서 불펜피칭을 한 차례 소화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003년부터 뛰었던 LG를 떠났다. 자유계약선수(FA)를 얻고 삼성과 4년 6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2월 초부터 삼성의 괌 전지훈련에서 열흘가량 훈련하다 12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짧은 훈련이었지만 15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또 열심히 운동했던 것 같다. 삼성의 훈련량이 많았는데 최대한 다 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우규민을 일단 선발투수 후보로 올려놨다. 이대은, 차우찬 등의 컨디션에 따라 선발투수 또는 2~3이닝을 던지는 불펜투수로 나설 전망이다. 19일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는 팀의 4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을 소화할 예정이다.

우규민은 "평가전에서는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데 촛점을 맞추겠다"며 "선발이든 중간계투든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오키나와(일본)=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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