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勞組 이대로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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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LG칼텍스정유가 이례적으로 직원 인건비를 공개했다. 평균 인건비는 6천1백98만원, 생산직은 5천9백70만원이다. 수당과 학자금.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대부분의 중소기업 근로자 입장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LG정유뿐 아니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 임금이 5천만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직 근로자=저소득층'이란 인식이 더 이상 대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돈 잘 버는 회사에서 임직원, 특히 현장에서 땀흘리는 생산직 근로자와 기능인들에게 후한 대우를 하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높은 대우를 받는 LG정유 등 대기업의 근로자들이 10% 이상의 임금인상이나 경영참여를 요구하며 극단 행동에 나서니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요구조건에는 사실상 평생 고용과 경영 참여, 자녀 과외비까지 들어 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노조는 약자이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2%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대형사업장이다. 이들은 노조가 없는 곳에 비해 소득이 높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파업을 내세우며 국민생활과 한국 경제를 볼모로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들이 챙기는 몫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중소 하청기업 근로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다시 부메랑처럼 대기업 근로자 스스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 기업은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또 노조에 발목이 잡혀 경영이 제대로 안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경제침체로 이어진다.

대기업 노조는 긴 눈을 가져야 한다. 대기업 경영진도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거부하는 것이 함께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불법 파업은 엄중히 처벌하는 등 법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