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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카드로 필승 노린다, 김인식호 불펜진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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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3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에 위치한 구시카와 구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린 채 머리를 맞댔다. 김인식(70) 대표팀 감독이 “파이팅”을 외치자 선수들은 박수를 치며 선전을 다짐했다. WBC 대표팀은 이날 첫 훈련을 시작으로 네 번째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WBC 대표팀 4번째 ‘위대한 도전’
류현진·추신수 등 미국파 이탈에
김광현·정근우 등 부상으로 빠져

선발·불펜 전천후 차우찬에 기대
WBC서 첫 태극마크 단 최형우도
“이대호·김태균과 한 방 터트릴 것”

2017 WBC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대회 지휘 경험이 풍부한 노장 김인식 감독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대회 때보다 더 긴장된다. 여러 문제를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제4회 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13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구장에서 첫 소집훈련을 했다. 대표팀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동안 세 차례 연습경기를 할 예정이다. 최형우·김태균·이대호·오승환·장원준·차우찬(왼쪽부터). [중앙포토, 오키나와=김민규 기자]

제4회 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13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구장에서 첫 소집훈련을 했다. 대표팀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동안 세 차례 연습경기를 할 예정이다. 최형우·김태균·이대호·오승환·장원준·차우찬(왼쪽부터). [중앙포토, 오키나와=김민규 기자]

김 감독의 고민은 처음 구상했던 주전 멤버 중 절반이 빠지면서 시작됐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박병호(미네소타)는 부상으로 제외됐고, 추신수(텍사스)·김현수(볼티모어)는 소속팀의 반대로 빠졌다.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 뺑소니 사고로 이탈했다. 메이저리거 중에는 마무리투수 오승환(세인트루이스)만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광현(SK)·정근우(한화)·강민호(롯데) 등 KBO리그에서 뛰는 대표팀 단골 멤버들도 부상에 발목을 잡혀 WBC에 나가지 못한다.

김 감독은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WBC에선 4강, 2009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일본 등 야구 최강국과 접전을 벌인 WBC 대표팀의 여정은 ‘위대한 도전’으로 불렸고, 김 감독은 ‘국민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끈 2013년 WBC 대표팀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하자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다시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그 해 한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에서 보듯 이제까지 ‘김인식 호’는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덕장(德將)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애국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덕분이었다. 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빠르고 정확한 투수 교체가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특히 WBC는 라운드별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특급 선발이 없어도 이어 던지기를 잘한다면 승산이 있다. 김 감독이 논란을 감수하고 오승환을 엔트리에 넣은 이유다.

김 감독은 왼손투수 양현종(KIA)·장원준(두산)·차우찬(LG)과 오른손투수 이대은(경찰야구단)을 선발 후보로 올려놨다. 양현종이 남은 기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1선발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은 “예년과 달리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렸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4주간 군사훈련을 받고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은은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송진우 대표팀 투수코치는 “이대은의 의지가 강하지만 정상적인 투구를 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은이 살아난다면 차우찬을 불펜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 차우찬은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당시 8강행 티켓이 걸린 멕시코전에서 4-2로 앞선 5회 등판해 3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2013년 WBC 1라운드 당시엔 차우찬은 한 타자만 상대(1피안타)하고 대회를 마쳤다. 그는 “2013년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서라도 올해 대회에서 더 잘해야 한다”며 13일 첫 훈련에서 불펜피칭을 자원하더니 70개의 공을 던졌다. 선 코치는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김현수(좌익수)·추신수(우익수)·정근우(2루수) 등이 빠진 야수진에서는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최형우(KIA)·이대호(롯데)·김태균(한화)이 중심타선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롯데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소속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오는 17일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WBC에 첫 출전하는 최형우는 “대표선수로 선발되니 긴장감보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는 최고의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필요로 할 때 (홈런) 한 방을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일본)=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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