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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운지] 한국말 술 ~ 술 ~ "FTA 꼭 맺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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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향 집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이달 초 부임한 피터 로(56.사진) 신임 주한 호주대사는 이번이 세 번째 서울 근무다. 1983~86년 이등서기관으로, 95~98년 부대사로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일했다. 최근 한국 대사 자리가 공석이 되자 동북아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험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는 이등서기관으로 중국에서 4년간 근무했고, 이후 캔버라에 있는 외교부에서 홍콩.마카오.대만과 과장, 중국.몽골과 과장, 동아시아 심의관 등을 역임한 동아시아 전문가다. 23일 서울 종로 교보빌딩에 있는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변화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80년대 한국은 황량했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은 개도국으로 경제성장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어요. 오늘날의 중국과 비슷했어요. 90년대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부(富)를 자랑하던 시기였어요. 2000년대에 와서 보니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부쩍 눈에 띕니다. 여성들이 식당.사무실.거리에서 활보하고 있더군요.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있다는 의미로 봐요. 행정고시 등 각종 시험에서도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지요."

그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과 호주의 관계는 한결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국 관계는 우호적이고 협력적이지요."

피터 로 대사는 자신의 임기 중 호주와 한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호주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FTA와 관련한 진전이 없는 곳"이라며 "계절이 정반대인 관계로 호주는 한국과 농업 부문 등에서 경쟁적 관계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호주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안정적으로 에너지 등 천연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임기 중 깨끗한 자연환경,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인식돼 있는 호주의 이미지를 바꿔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구 2000만 명인 호주에서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호주가 자동차 부품 등 기술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강국이라는 점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80년대 한국 근무 시절 어느 가을, 버스와 배를 갈아타고 꼬박 하루 넘게 걸려 울릉도를 여행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의 '이국적인' 가을하늘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임기 동안 한국의 산하를 여행하는 것, 문화를 즐기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피터 로 대사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식당에서 한국어로 주문하는 것은 물론 리셉션에서 대화를 나눌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한국어로 연설을 할 정도는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서 2년간 연수를 마쳐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유창하다. 미혼이어서 홀로 부임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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