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유망한 직업을 경계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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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얼마 전 고용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발표한 시대별 인기 직업을 보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정리한 자료에는 50년대 군 장교·전화교환원, 60년대 다방DJ·버스안내양, 70년대 건설기술자·항공 여승무원, 80년대 야구선수·통역사, 90년대 프로게이머·벤처기업가, 2000년대는 한의사와 커플매니저 등이 있습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 때마다 존재하지 않던 일이 생기면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각광받기 마련이었지요.

위의 직업들 중 ‘요즘도 유망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얼마나 있으신지요? 심지어 몇몇 직업은 이제는 사라져 버린 것들도 있습니다.

지난 200여 년간 몇 차례 겪었던 산업 혁명이 다시금 오고 있다는 기대와 우려 속, 취업난의 현실까지 가중되며 앞으로 유망한 직업에 대해 모두들 또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그 ‘유망함’이 유효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선 1935년 90년에 이르던 우량한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2015년이 되자 15년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요즘 태어나는 사람들은 140년을 넘어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측에, 심지어 죽음도 질병으로 간주하며 그 치료약을 개발해 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했던 황제가 그토록 꿈꾸던 영생을 현실화하는 날이 곧 올지 모른다는 꿈까지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10년마다 바뀌는 ‘유망한 직업’에 내 인생 전부를 건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일이 아닐까요? 오히려 남들에게 유망해 보이는 직업이란 경쟁이 필연적으로 치열해 질 수밖에 없으니 그 효용과 대가가 곧 줄어드는 필연을 초래하기 십상입니다.

베이커씨는 빵을 구웠던 사람, 그리고 테일러씨는 옷을 지었던 사람의 후손이라 합니다. 인류가 좀 더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분업해 협력했던 것이 직업의 탄생이라는 뜻입니다.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섞여 살게 되며 생긴 신뢰의 부재는 교환의 매개체인 금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허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물질주의 안에서 보상이 큰 직업만이 목표가 되는 이기적인 사회는 협력을 위한 분업이라는 직업의 탄생 목적을 원천 부정하는 아이러니를 낳습니다.

이제 유망한 직업을 경계합니다. 같은 종의 또 다른 나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그리고 그에게 다시 무엇인가를 돌려받는 현명한 생존의 협업으로서의 직업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