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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브런치 메뉴로 떴다, 아보카도가 어떻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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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로 각광받는 ‘숲속의 버터’

울퉁불퉁한 껍질과는 달리 속은 한없이 부드럽다. 얇게 저며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소금·후추로 간을 한 뒤 한 입 베어 물면 말캉한 과육이 소리 없이 씹힌다. 버터처럼 고소한데 뒷맛은 깔끔하다. 과일이라는데 단 맛은 없다. 아보카도 얘기다. ‘숲속의 버터’라는 아보카도 주가가 치솟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아보카도 메뉴가 빠지지 않는다. 아침을 아보카도 토스트로 해결한다는 브런치족도 늘고 있다. 대체 아보카도에 숨겨진 매력이 뭐길래.

# 아보카도 토스트 만들기

뉴욕식 브런치의 진짜 주인공은 아보카도

가로수길 카페 그라쎄의 아보카도 타르틴(1만6000원)과 아보카도가 들어간 후무스 샐러드(1만7000원).

가로수길 카페 그라쎄의 아보카도 타르틴(1만6000원)과 아보카도가 들어간 후무스 샐러드(1만7000원).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그라쎄’는 아보카도로 유명해진 집이다. 이곳 인기메뉴 아보카도 타르틴은 쫄깃한 빵 위에 마늘 섞은 크림치즈를 바르고, 다시 그 위에 얇게 저민 아보카도를 넉넉히 올린 일종의 오픈 샌드위치다. 아보카도는 히말라야산 소금과 그린 페퍼, 레드 페퍼를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그라쎄 김주윤(37) 대표가 2016년 3월 홈메이드 스타일의 건강 메뉴를 표방한 카페를 오픈하면서 아보카도를 주요 재료로 선택한 배경에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유학 경험이 있다. 당시 아보카도를 처음 접하고는 담백하면서도 건강한 맛에 반해 아침마다 아보카도 한 개씩을 식사대용으로 먹었단다. 그 기억을 살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3개 메뉴에 아보카도를 사용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아보카도가 오픈 초기 카페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구운 빵 위에 아보카도를 올려 먹는 브런치 메뉴는 논현동 카페 ‘언더야드’에도 있다. 테이블 5석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연둣빛 아보카도가 듬뿍 올라간 오픈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사람들이다. 언더야드 서정경(35) 대표는 “2015년 12월 카페를 열 때만해도 아보카도를 메뉴의 주재료로 사용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특유의 말랑한 식감과 맹한 맛을 싫어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브런치족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의 아보카도 버거(9300원).

이태원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의 아보카도 버거(9300원).

오픈 샌드위치 말고도 아보카도로 뜬 음식이 있다. 이태원의 수제 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의 아보카도 버거다. 먹음직한 고기 패티와 토마토·양파·상추 사이로 연둣빛 아보카도의 늠름한 모습이 보인다. 한눈에 봐도 도톰하게 저민 아보카도 양이 꽤 많다.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와 건강식 아보카도의 조합이라니. 낯설지만 반응은 꽤 좋아 이 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이 식당에서만 한 달에 2000개 정도의 아보카도를 사용한다. 다운타우너 이준범(34) 대표는 “호밀빵에 아보카도 퓌레(채소류를 익혀 으깬 음식)를 잼처럼 발라먹는 뉴욕식 브런치에서 착안해 버거를 개발했다”고 했다.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건강은 챙기고 싶은 현대인의 ‘웰빙 욕구’를 제대로 자극한 셈이다.

중구 서촌의 프렌치 레스토랑 플로이의 김현철 총괄 쉐프는 “아보카도가 피부미용이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2030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각광받는 식재료로 떠올랐다”며 “과일이지만 향이 없고 당도도 없어서 다른 식자재와 쉽게 어우러지고 색감이 선명해 시각적인 연출에도 좋다”고 아보카도의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플로이 역시 빵 위에 연어와 아보카도를 올린 ‘연어 리에뜨 따르틴’을 메뉴로 내고 있다.

부쩍 친숙해진 아보카도

아보카도를 얇게 저며 올리고 고추냉이를 더해 초밥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아보카도를 얇게 저며 올리고 고추냉이를 더해 초밥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아보카도를 사용한 음식이 꼭 세련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2016년 12월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는 ‘아보카도 밥’이 등장했다. 흰 밥 위에 아보카도를 얇게 저며 올리고 계란 프라이와 날치알, 양파, 와사비 간장 등을 더한 비빔밥이었다. 방송 후 ‘아보카도 밥’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블로그·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 상에 ‘아보카도 밥을 따라 해봤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낯선 식재료 아보카도를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집밥’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평이다.

실제로 아보카도의 소비량도 늘었다. 이마트의 수입 과일 매출을 살펴보면 아보카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6년 전체 이마트 아보카도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54.7% 증가했다. 수입과일 전체 매출 신장률이 6%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신장세다. 특히 2017년 1월 기준 아보카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3%나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성태 연구위원은 “최근 열대과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아보카도의 수입량은 2011년 402톤에서 2016년 2915톤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보카도의 주요 산지인 미국·뉴질랜드와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미국 2012년, 뉴질랜드 2015년)되면서 수입량이 늘고 가격이 현실화된 것도 아보카도 대중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멕시코산 아보카도 퓌레를 수입해 유통하는 AMK의 권혁수 이사는 “아보카도가 몸에 좋은 새로운 식재료로 인식되면서 아보카도 퓌레 판매가 매년 40%이상 성장 추세”라며 “연세우유에서 아보카도 우유를 출시하고 정식품에서 베지밀 아보카도 키위 두유를 만드는 등 식품 업체 쪽에서도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버터가 생각날 때,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과일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조애경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아보카도는 채소·과일이 갖는 장점을 갖춘 데다 단백질·지방 성분까지 갖고 있는 보기 드문 과일”이라며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칼륨이 풍부하면서도 지방과 단백질 함량도 높아 고른 영양 섭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아보카도에 포함된 지방은 식물성 지방으로 불포화지방산(올레인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요리연구가이자 채소 소믈리에(채소·과일 전문가)로 활동하는 홍성란씨는 “아보카도는 염분이 적고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을 조절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평소 부종이 심하거나 동맥경화·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꾸준히 섭취해 보라”고 추천했다.

먹으면 든든한 포만감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로푸드(raw-food·생식) 전문점 ‘에너지키친’을 운영하는 경미니 셰프는 아보카도를 채식주의자들의 필수 먹거리로 꼽았다. 채식을 하다보면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하기 쉬운데 이를 채워주기에 아보카도만한 식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바게트 빵에 버터를 바르는 대신 아보카도를 으깨 바르고, 샐러드 위에 닭 가슴살 대신 토핑으로 얹는 등 활용도가 높다. 청담동 쿠킹 스튜디오 GBB 키친의 이경진 셰프는 “밍밍한 맛이 불만스럽다면 살짝 매콤하게 간을 해보는 것도 좋다”며 “레몬즙이나 질 좋은 천일염, 고추냉이 등을 활용해 산미를 주거나 간을 하면 한층 맛이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요리연구가 홍성란씨도 “날 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요거트·우유·꿀과 함께 갈아 스무디를 만들어 먹으면 색다르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 아보카도 딥 만들기

아보카도 어떻게 먹을까

아보카도 토스트: 샤워도우 빵 위에 아보카도를 올린 오픈형 샌드위치

재료(2인분 기준) : 아보카도 2개, 올리브오일 3큰술, 반숙 계란 2개, 샤워도우 빵 4조각, 마늘 2알, 라임즙 1/2개 분량, 레드페퍼 플레이크, 핫소스·소금·후추 약간(선택 사항: 고수·파슬리)

① 샤워도우 빵 표면에 올리브오일을 뿌린 다음 겉면을 바삭하게 굽고, 반으로 자른 마늘 면을 문질러 준다.

② 껍질과 씨를 제거한 아보카도는 으깨서 올리브오일·소금·후추·라임즙을 짜서 섞는다.

③ 준비한 반숙 계란을 반으로 자르고, 고수 등의 허브도 잘게 썰어둔다.

④ 구운 빵에 으깬 아보카도를 올리고 위에 레드페퍼 플레이크를 적당량 뿌린다.

⑤ 반으로 자른 계란을 접시에 함께 올리고 핫소스를 적당량 뿌린 후 소금·후추로 간한다. 잘게 자른 허브를 뿌려 마무리한다.

아보카도 어떻게 먹을까
아보카도 딥(dip): 나초 칩·감자튀김·닭튀김에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

재료(1컵 기준) : 아보카도 1개, 마요네즈 2큰술, 라임즙 2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할라피뇨 다진 것(씨 제거) 1작은술, 핫소스 1작은술, 칠리파우더 1/4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① 푸드 프로세서나 절구에 아보카도 과육과 준비한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② 질감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간 후 맛을 보고 간이 부족하면 소금을 더한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각 레스토랑·카페, 돌코리아
도움말=쿠킹 스튜디오 GBB 키친 이경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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