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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피처 폰? 신흥 시장선 지금도 활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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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물 간’ 제품으로 여겨지는 ‘피처폰(feature phone)’이 이머징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인도 출하량, 스마트폰보다 많아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 24%로 1위

값 싸고 배터리 사용시간 길어 인기
스마트 기능도 탑재해 새 시장 개척

피처폰의 선전으로 인도와 아프리카 등 이머징 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모바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도에서 피처폰 출하량은 1억3400만 대로 스마트폰(1억400만 대)을 앞섰다. 인도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들이 노리는 대표적인 차기 공략 시장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지난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5.2% 줄었지만 피처폰은 32% 급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이머징 국가의 사용자들이 아이폰과 갤럭시 등 고급 사양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피처폰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8일 세계이동통신사업협회(GSMA)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51%에 달했지만 인도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선 스마트폰보다 피처폰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머징 시장에서 당분간 피처폰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피처폰은 안드로이드나 iOS 등 범용 운영체제(OS)를 사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달리 전용 OS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256달러(약 29만3500원)로 평균 19.3달러(약 2만2100원)인 피처폰보다 13배나 비싸다. 이머징 국가들은 비록 고등 교육을 받은 도시 거주자들이라 해도 평균 연봉이 1만 달러(약 1147만원) 이하라 고가의 스마트폰은 부담스럽다.

배터리 수명도 문제다. 대다수 이머징 국가에선 여전히 전력공급이 불안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스마트폰 충전 및 사용이 어렵다. 반면 최근 나온 피처폰은 한 번 충전하면 일주일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도나 아프리카에선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전화나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폴더폰을 세컨드폰으로 가지고 다니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아직 2세대(2G)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일반적인 이머징 시장의 통신 환경도 피처폰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피처폰 약진의 가장 큰 이유는 자체적인 혁신이다. 사이버미디어리서치의 탄비 샤르마 연구원은 “전방 카메라나 고용량 메모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탑재하면서 피처폰들이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향상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피처폰으로 지난해 인도에서 피처폰 점유율 24%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중국 저가폰 제조사인 아이텔(iTel)은 음성과 문자를 변환해주는 시스템을 선보여 소득이 낮은 수백만 문맹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케냐의 ‘엠페사(M-Pesa)’도 문자만으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선보여 스마트폰 못지 않은 편의를 제공한다.

블룸버그는 “차기 모바일 분야에서 중요한 진보는 실리콘밸리나 서울의 스마트폰 디자이너가 아니라 이머징 시장의 소비자 수요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한물 간 피처폰들이 미래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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