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원전 빨리 폐쇄해야 … 연장 취소 판결 나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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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노후원전

소송에 참여한 월성원전 1호기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환영했다. 황분희(69·경주시 양남면)씨는 “조마조마하면서 판결 결과를 기다렸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온 마을 사람이 기뻐하고 있다”며 “월성 1호기와 불과 1㎞ 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 마을 주민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였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 인근 주민들 환영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월성 1호기 폐쇄 절차를 신속히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1심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가 대부분 가려진 만큼 항소심이 열려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했다.

정숙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적법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노후 원전을 재가동해 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른 노후 원전도 쉽게 재가동하지 못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상준(58·경주시 성건동)씨는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5.8 강진 이후 경주시민들은 여진 공포와 원전 폭발 두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무산된 것은 바람직하다. 법원 판결 소식을 들은 10여 명의 직장 동료 모두가 잘됐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5.8강진의 진앙지인 경주 내남면에 사는 주민 김유나(28·여)씨도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법원의 결정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민규(24·경주시 석장동)씨는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소식을 듣고 걱정했는데 잘됐다”며 “영화 ‘판도라’에서 본 참혹한 원전 폭발이 고향인 경주에서 현실로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 경주에 있는 나머지 원전들도 폐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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