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빚은 '해부용 시신 앞 의사들 기념 사진'은 진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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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성모병원 "워크숍 참여한 개업의들이 무단 촬영"

'토요일 카데바 워크샵...매우 유익했던...자극도 되고...'

7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뜨겁게 달군 한 장의 사진에 적힌 글이다. 의사로 추정되는 5명의 남성이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앞에 두고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이었다. 진위 논란을 일으킨 사진이 실제로 병원서 의사들이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문제의 사진에는 '서울성모병원' '족부' '정형외과' 등이 표시됐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은 서울성모병원에 집중됐다.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나 의대생일 거라는 추측도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토요일에 정형외과에서 외부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용 워크숍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 참석한 개업의 4명과 모 대학병원 교수 1명이 허락 없이 해부실습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명했다.

사진에 등장한 공간이 서울성모병원은 맞지만 당사자들은 '외부' 사람이란 의미다. 이 관계자는 "원래 해부실습실에선 사진을 찍지 않는데 우리도 모르는 새 카데바가 나오는 기념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올렸다. 의료 윤리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선 해당 사진을 두고 "시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의사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들에게 불이익을 주긴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술 중 환자가 아니라 의료법상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적용해서 처벌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다.

이른바 '무개념'한 의료진이 비난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말에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환자가 누워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찍은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졌다. 사진에는 환자를 옆에 두고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다니거나 성형용 보형물로 장난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담겼다. '의료 윤리를 망각했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사진은 삭제됐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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