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외교마비 한 달 '최악 한·일 관계' … 뮌헨이 고비다

중앙일보

입력 2017.02.07 02:56

업데이트 2017.02.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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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지 9일로 한 달을 맞는다. 일본대사는 복귀할 기미가 없고, 한·일 양국 관계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녀상·불상 잇단 악재에
국내 정치에도 발목 잡혀
나가미네 대사 한 달째 공석

외교장관들 독일서 회동
반전의 계기 찾을지 주목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에 대해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끈질기게 위안부 상을 포함해 (한·일)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촉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스가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미뤄 나가미네 대사의 복귀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교도통신은 이날 대사 복귀가 “3월 이후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변에선 “한국의 조치가 없는 한 대사를 돌려보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주한 일본대사의 한 달 가까운 부재는 전례 없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 당시 일시 귀국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대사는 12일 만에 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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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미네 대사의 일본 귀국 기간 신기록에 맞물려 한·일 관계 악화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그럼에도 한·일 모두 국내 정치에 발목 잡혀 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휘발성 큰 한·일 관계를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가미네 대사가 다시 돌아올 계기를 우리가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린 원칙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일본에서 지은 매듭은 그쪽이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도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일본인 72%가 주한 대사의 귀국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이 조치 이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이 신문 조사 결과 66%나 됐다.

당초 일본에선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 귀국이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영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런 얘기는 쑥 들어갔다. 경기도 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하면서 양국 간 감정 대립이 격화됐다. 여기에 일본 쓰시마(對馬)에서 도난돼 한국에 반입된 불상을 충남 서산 부석사로 보내라는 지난달 말 대전 지방법원 판결도 일본의 반발로 이어졌다.

향후 초점은 오는 16~17일 독일 본의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와 18~19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사태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다. 이때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돼 돌파구를 마련할지가 관심사다.

한·일 갈등을 조기에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뢰밭이 널려 있다. 오는 22일엔 시마네(島根)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3월께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토 교육 강화를 위해 독도를 일본땅으로 명기하는 학습지도요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부산의 소녀상 철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으면 일본이 움직이기 어렵다 ”고 말했다. 한국 외교가 소식통은 “일본이 나가미네 대사를 돌려보낼 시기를 놓치며 스텝이 꼬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갓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에 조정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한·일 관계 악화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 미군 주둔 비용 등 양국의 공통 현안을 고리로 협력의 계기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동의 이해를 부각시키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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